평범한 이야기

학교에서 하숙집으로 가는 길에는 편의점이 하나 있다. 어느 덧 3년 째에 접어드는 하숙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자연스레 그 편의점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낮에는 학교에 있기 때문에 항상 편의점을 찾는 시간은 늦은 저녁이나 밤, 새벽이 되기 마련인데 그 시간대에는 항상 같은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나보다 두 살 정도 많아보이는 형이다. 처음에 어떻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지는 가물가물한데, 아마 그 형이 먼저 말을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 적부터 인사는 꼬박꼬박 하는 습관이 들었던 터라 인사야 자주 나눴었지만, 그 날은 내가 계산대 위에 간식거리를 올려놓자 무언가 말을 걸었다. 늦은 시간에 자주 오시네요, 였던 것 같다. 연대 학생이세요, 라고 물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한 마디씩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 그래 이웃이 되었던 것 같다.

아직 한 달은 안되었을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살 것이 있어서 편의점을 찾았는데, 계산대에 과자봉지를 올려놓던 나에게 말했다.
“제가 이야기 했었나요? 여기 곧 문 닫아요. 사장님이 점포를 정리하실건가봐요. 다른 분이 다시 여기서 편의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마 며칠 뒤면 그만 둘 것 같아요. 자주 오세요.”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익숙해진 얼굴, 밝은 목소리, 겨우 이것 뿐.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이름이 뭐냐고, 어디 사시느냐고, 아무것도. 그저 네.. 자주 올께요. 아쉬운 마음에 그 곳에 잠깐 더 서있었던 것 뿐.

그러고보니 이 형이 오기 전에 일했던 또다른 아르바이트생 형도 있었다. 말투나 행동으로 보아 좀 더 거친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이미지였다. 그 형과도 역시 그렇게 친해졌다. 아니, 익숙해졌다. 아니, 친해졌다. 모르겠다. 단지 자주 마주쳤기 때문일까,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으면서도 왠지 모를 친밀감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형과도 역시 그렇게 헤어졌다. 어느 날 나에게 그러는거다. 곧 아르바이트를 그만둔다고. “혹시 담배 피세요?”, 하고 묻는데 그날 따라 왜그렇게 담배를 안피는게 미안하던지. 편의점 문 앞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 어디 사니, 나이가 몇 이니, 학생이니 하는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누고는 헤어졌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헤어지고, 그리고 잊혀진다.

편의점 바로 옆에 치킨집이 있다. 같이 치킨에 맥주 한 잔 하면서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봤으면 참 재밌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