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요리가 유명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중국에 오거나 혹은 홍콩에 가게 되어도 차마 이러한 중국 음식을 시도해 볼 수가 없었다. 중국 요리 중에도 당연히 맛있는 것이 있겠지만, 뭔가 시켜놓고 보니 이상한 음식일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리 혀 같은 것이면 어쩔거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중국에서 유학온 학생이 두 명이나 있었기에 중국 음식을 먹어볼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먹어야만 했다. 그들은 항상 일행을 이런저런 중국 음식점에 데려갔기 때문이다. 내심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일년에 몇 번 없을 조국의 음식을 먹을 기회이기도 하고, 또 일행에게 맛있는 중국 음식을 소개해 주겠다며 인터넷도 찾아보고 이 지역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열심히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첫째 날 먹은 음식이 제일 부담스러웠다. 앞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첫째 날은 좌불안석이었던 학회 만찬이 있었던 날이다. 음식들이 왜이렇게 기름진지, 게다가 향은 또 왜이렇게 강한지, 정말이지 손댈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나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고 생각해왔고, ‘남자가 음식을 가려서야 되겠느냐’라는 말도 할 정도로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다고 자부해왔는데 이건 정말 힘들었다. 특히나 정점을 찍은 건 오리 혀였다. 동수 형이 맛있게 이리저리 발라 먹길래 뭔가 맛있는 건가 싶어서 하나를 집어 보려는데, 그가 말하는거다. 그거 오리 혀라고. 아, 비위가 딱히 나쁜 편도 아닌데 그건 차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젓가락이 음식에 닿기 전에 얼른 내려놓았다. 젓가락이 닿았던 음식을 내려 놓는건 예의가 아니니까. 아, 지금 생각해도 내가 조금이라도 반응이 느렸거나 동수 형이 조금이라도 늦게 말해줘서 내가 그 오리 혀 구이를 젓가락으로 집어버렸다면 어땠을까. 정말 두 시간동안 뭔가를 먹긴 먹었는데 도대체 내가 뭘 먹은건지 모르겠다. 그런 첫째 날이었다.
둘째 날은 학회 세미나 장소였던 대학교 앞에 있던 작은 음식점이었다. 동수 형과 스페이가 음식을 시켰는데, 한국의 찜닭 같은거랑 이것저것 시켰단다. 아, 찜닭은 나 좋아하는데,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고 조금 뒤 음식이 나왔는데, 음… 결론부터 말하면, 찜닭만 괜찮았다. 양고기도 같이 시켰는데, 한국에서 양꼬치는 참 맛있게 잘먹었음에도 여기서는 기름이 둥둥 떠있고 양고기 냄새가 강했기 때문인지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역시 뭔가 향이 매우 강한 풀이 있었는데, 으, 그 향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러니까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둘째 날 저녁에는 호텔 앞의 패스트 푸드 음식점에도 갔다. 그러니까, 패스트 푸드로 중국음식을 해주는 곳 말이다. KFC 옆에 붙어있었는데 그 곳이 훨씬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틀 동안 먹었던 중국음식에 대한 인상이 아직 채 가시기 전이라, 그저 불안할 뿐이었다. 불안한 예감은 항상 적중하기 마련이다. 아 정말이지 중국 음식은 왜이렇게 기름진건지, 특히 국이나 수프처럼 떠먹는 종류의 것은 기름이 적나라하게 둥둥 떠다니는 것이, 정말 손도 못대보았다. 다행스러운 건 홍콩에 갔을 때 먹어봤던 샤오룽바오가 있었다는 점이다. 홍콩의 크리스탈제이드 만큼은 아니지만, 샤오룽바오는 맛있었다.
셋째 날부터는 앞의 이틀에 비해 음식이 훨씬 맛있었다. 내가 조금씩 적응을 한 것도 있겠지만, 이 날 부터는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인 뿐만 아니라 이 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으로부터도 맛집으로 소문이 난 그런 곳들이었다. 셋째 날 먹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호 옆에 있는 할머니집이었다. 음식점 이름이 할머니집이다. Grandma’s House. 오, 여기 음식은 정말 대부분이 다 맛있었다. 동수 형과 스페이가 맛있는 것만 주문해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주문한 모든 메뉴가 다 좋았다. 매실차도 좋았고, 단팥죽도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선 요리가 하나 나왔는데, 그것도 나름 괜찮았다. 망고쥬스도 맛있었고, 이름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야채도 많이 나왔는데 그것들도 다 괜찮았다. 항저우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서호 옆에 있어서 외국인 입맛을 고려해서 요리를 한 것 같았다. 확실히 호텔 주변이나 학회장 주변의 작은 음식점에서 먹던 것과는 맛이 달랐다.
넷째 날, 그러니까 어제는 또 다른 곳을 갔다. 전날 갔던 할머니집에서 가까운, 그리고 분위기도 비슷한 곳이었다. 여기도 할머니집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음식들에 비해 조금이나마 담백하고 깔끔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우리가 메뉴를 그렇게 시켜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백김치와 비슷한 음식이 있었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여기는 야채도 대부분이 어딘가에 넣고 한번 끓여서 나오는데,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건 왜 거기조차 기름이 떠있냐 하는 점이다. 그러다가 이렇게 백김치를 눈앞에 두니 이 얼마나 행복한지. 교수님도 이곳 음식이 깔끔하다며 마음에 들어 하셨다. 여섯명이 배터지게 먹었는데 6만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신비로웠다. 한국이면 10만원은 가뿐히 넘을 만큼의 양이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적어놓고 보니 뭐가 많다. 적지 않은 음식점도 있다. 나흘 동안 먹은 음식을 전부 이랬느니저랬느니 평가하는 것은 읽기에도 쓰기에도 즐거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아, 특히 처음 이틀간 음식이 입맛에 안맞아서 밥을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참 다행스러웠던건 호텔 아침 식사가 너무 맛있었다는 점이다. 볶음밥과 베이컨, 그리고 계란 후라이와 소세지 하나. 그리고 후식으로 다양한 과일들. 그야말로 완벽한 아침이었다. 아침을 배부르게 먹고 움직이니 점심이 조금 부실하고 저녁을 조금 적게 먹어도 배고픈 느낌이 별로 없었다. 역시 사람은 아침을 먹어야된다.
음, 이상한 결론이다. 뭐 어째뜬 간에, 위에 적은 모든 음식들은 사실 단 한 곳을 소개하기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먹은 모든 요리 중에 가장 맛있었던, 정말 최고의 음식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오늘 갔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