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IT 강국이다'
하지만 ITInformation Technology라는 말의 의미와, 위와 같이 우리가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흔히 떠올리는 것 사이에는 슬프게도 약간의 간극이 존재하는 듯 하다.
IT 강국 대한민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없다.
반도체도, 디스플레이도, 이동통신도, 이 모든 건 하드웨어다. 물론 하드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력이란 것은 충분히 소프트웨어라 부를 수 있긴 하나, 우린 소프트웨어 그 자체로써 세계적으로 인정받을만한 상품의 가치를 가지는 어떠한 것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가 신봉하는 IT의 선두주자, 삼성과 LG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이지 정보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더욱 빠르고, 더욱 큰 용량의 반도체를 삼성은 끊임없이 개발해내고 있지만, 그 반도체 위에 올라가는 소프트웨어는 슬프게도 모두가 외국의 것이다. LG가 아무리 선명한 화질의 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더라도, 그 디스플레이 위에 펼쳐지는 컨텐츠는 외국의 것이란 말이다. 애니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역시 퀄컴의 것이지 삼성의 것이 아니다. 컴퓨터는 Microsoft의 Windows가 있어야만 돌아가고, 인터넷을 하려면 Google을, 그림을 그리려면 Adobe의 힘을 빌어야한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장 떠오르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가 있긴 있는지 묻고 싶다. 왠만한 사람이라면 두 개 이상 생각해 내기 힘들 것 같다. '한글'의 한글과컴퓨터, 'V3'의 안철수연구소.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의 가치는 주식으로 결정된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삼성전자는 주당 70만원을 훨씬 웃도는데, 한글과컴퓨터는 주당 4천원이다. 안철수연구소라고 해봤자 고작 1만 5천원이다. 삼성전자는 7만원짜리 고급 스테이크를 10번은 먹을 수 있는 가격인데, 한글과컴퓨터와 안철수연구소를 합쳐봤자 가족이 겨우 자장면 시켜먹을 가격이다. 탕수육도 못시킨다. 이것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이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정부에서 IT에 189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듯 하다. 189조원, 엄청난 돈이지만 실제로 정부에서 투자하는 돈은 연간 1.5조원 정도에 그치는 듯 하고, 나머지는 민간유치란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정보통신부에 과학기술부까지 없애놓은 정부가,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일을 했다.
그런데 여전히, 안타깝게도, IT란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IT란다. 저 많은 돈은 또다시 반도체에, 디스플레이에, 휴대폰에 투자가 될 것이다. 세계 1위인데, 지켜야 하는게 옳긴 하다. 그리고 남는 돈이 있다면 3G, 4G 이동통신망 까는데 쓰이겠지. 그 쪽은 설비투자비가 엄청나게 드니까.
반도체만큼, 디스플레이만큼 투자할 필요도 없다. IT에 189조원을 쏟아붇는다면, 그 10%만, 아니 5%만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수 없을까? 이 척박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 단비가 될텐데.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는 건, 그 189조원을 투자하는 'IT산업의 미래비전'이라는 계획에 안철수 씨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니, 그리고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소신껏 일을 해온 분이니 말이다.
Posted by ipur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