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늘이 까치 설날이다.
늦어서야 집에 들어와서는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벌써 할머니 댁에 가 계신단다.
오랜만에 할머니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설이면 항상 할머니댁, 외할머니댁을 찾았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손 잡고 다니다가, 나중에 좀 커서는 귀찮기도 하고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놀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항상 할머니댁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연휴가 짧거나 다른 이유로 외할머니댁을 가지 못할 때에는 충무김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하기도 했다.

23년만에 처음으로 아들이 없는 설을 보내실 부모님과, 손주 없는 설을 보내실 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아마 내가 그 분들을 그리워 하는 것보다 더 내가 그리우실텐데...

그러고보니 올해는 할머니, 외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께 세배도 못드리는구나...



 
 

떡국 먹은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실수로 사진을 지워버렸다. 으앙

 



중학교 때 이주용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컴퓨터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뜻인 즉슨, 그 내용을 읽어 보았느냐, 혹은 그런 상황을 경험해 보았느냐 정도의 차이가 전부라는 것이다. 완전히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는 대부분의 경우에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난 아직 수백만 장은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Posted by ipuris

2008/02/13 03:47 2008/02/13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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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는 두 분의 할머니가 계신다.

신촌에는 명물아무래도 명물이라는 수식어는 사람에게 써서는 안되는 것 같은데.. 지금은 이 단어밖에 생각이 안난다. 할머니가 계신다. 그것도 두 분이나. 신촌 주위에 사는 사람이라면, 혹은 연세대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알 수 밖에 없다.



그 중 한분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연대 앞 큰길 횡단보도에서 예수 믿고 천국 가라며 소리를 지르시는 할머니.
"예~수믿고~   천~국가고~   복~받으세요~"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포교활동(?)을 해오고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야말로 시도때도없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러고 계신다.
1학년, 처음 그 할머니를 보았을 때는 솔직히 정신이 온전치 못한 줄 알았다. 서울에는 별 사람 다 있다더니, 이렇게 TV 다큐맨터리나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나올법한 사람도 있구나 싶기도 했다. 초점없는 눈동자, 일정한 어조. 이 분이 입고 다니는 옷은 교회에서 마련해 준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째뜬 그리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인건 분명했다.

하긴, 마주하고 싶지 않은걸로 따지면, 두번째 할머니가 더 심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 달라며 꼬집고(!) 때리는(!) 할머니. '회색 할머니'라고도 불리는 할머니다.
처음 그 할머니를 보았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아니, 돈 좀 달라고 구걸하는게 아니라, 돈 내놓으라고 지나가는 사람을 때릴 수가 있는거지? 선배들도 역시 그 할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맞았던 경험담, 요리조리 피해간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너도나도 꺼내는 것이었다. 진짜 별의 별 사람이 다 있구나- 싶었다.



두 할머니는, 그래서 신촌의 명물이었다.
그런데 2학년이 되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이 그 할머니들을 지나쳐오면서도, 왜 그러고 계시는지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횡단보도에서 예수믿고 천당가라고 외치는 할머니는 도대체 왜 그러고 계실까, 교회에서 시켜서? 그럴 리가 없다. 무슨 교회로 오란 소리도 안하고, 우리 학교 안에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처럼 성경 공부 한번 해보세요, 란 소리도 없다. 단지, 예수믿고 천당가라고 할 뿐이다.
갑자기 많은 영화같은 스토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평생을 그 곳에서 예수믿고 천당가라고 외치게 된 사람. 모든 사람이 그를 미친사람으로 취급해도 평생 그럴 수 밖에 없는 스토리, 뭐 이런거 말이다.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 눈에는, 그 할머니가 예수를 믿는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 할머니가 우리에게 예수믿고 천당가라는건, 정말 한 사람이라도 더 천당에 갔으면, 한 사람이라도 더 저 세상에서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오는 말 이라고 느껴진다.
그런 바램으로, 그래서 그렇게 소리치는 사람을, 우리는 마치 미친사람 보듯이 쳐다보며 지나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색할머니.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런 글을 보았다. 여기! 이 분도 확실히 기억하는건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인듯 하다. 처음부터 지나가는 사람을 떄리면서, 돈 달라고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분명히 뭔가 계기가 될만한 일이 있었으리라.
관심을 가져주는이 없이, 우리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미친사람 쯤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그 할머니도 역시 그런걸 못느끼실 리가 없겠지. 뭐가 그리 속상하신건지, 뭐가 그리 억울하신건지, 얼마나 힘든 일이 있으셨으면 그러시는건지...

나랑 비슷한 생각을 먼저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이 분은 나보다 적극적이고, 용기가 있는 멋진 분이셨다. 여기!



바로 내 주위에 있는데, 조금 더 따스하게 바라볼 수도 있는건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아마, 아직까지도 많은 것들을 그렇게 차갑게 바라보고 있을거다.


Posted by ipuris

2006/10/03 17:11 2006/10/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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