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진짜 변했네..

며칠 전이었다.
호랭이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중학교 때,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인 호랭이에게서.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갔지만, 가끔 연락하며 지냈었다. 대학을 오고 나서는 거의 연락을 못하다가, 다시 연락이 이어져서 서울로 이사왔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동안 연락을 못했다. 아니, 오랫동안.

호랭이가 전화가 왔다. 저번에도 한번 전화가 왔었는데, 그 때 이상하게 통화질이 안좋아서 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렸다. 그래서 이야기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래도 반가웠다.
그런데 첫 마디가 이랬다.
"이야, 그래 니 진짜, 연락도 안하고. 중학교 때는 애가 친구 뭐 어쩌고 하더니, 이 새끼 진짜 대학가더니 변했네 완전."



부산을 떠나 서울로, 대학 처음 올 때가 생각난다.
다짐했었다.
다른 사람 먼저 생각하려하는 습관,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 사람이 제일 싫었다. 대학 좀 잘갔다고, 돈 좀 벌었다고, 출세 좀 했다고, 예전의 사람들에게 소홀히 대하고 무시하고 하는 사람.
대학 가서 변했다는 말, 정말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다.



"이야, 박한 그래 니 진짜, 연락도 안하고. 중학교 때는 애가 친구 뭐 어쩌고 하더니, 이 새끼 진짜 대학가더니 변했네 완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내가 그랬으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그 소중하게 생각한다던 친구들한테 연락 한번 안했으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말했다.
"미안하다.. 진짜 미안하다... 진짜..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다 진짜. 아.. 진짜 미안.."



슬프다.




핸드폰, 거짓말같은 시간...

핸드폰을 닫았다.

Posted by ipuris

2007/05/28 00:08 2007/05/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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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한명이 군대를 간다. 그래, 이름을 말해도 별 문제 없을듯 하다. 영무, 권영무. 나에게는 익숙한 이름이고, 친숙한 이름이고, 따뜻한 이름이다.
같은 과 친구이고, 같이 2학기 수시로 들어온 친구이기도 하다.
걸음이 참 빠른 친구이다.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친구이고, WoW World of Warcraft를 좋아하는 친구이다.
조용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한 많은 도움을 주려하던,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허허.." 하고 웃어버리던 친구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다른 친구에게 짐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던 친구이다.

그런 친구가, 어제 군대를 간다며 송별회를 했다.
모인 사람은 얼마 없었다.
하긴, 그 친구는 그것을 바랬으리라.
사람이 많아 북적북적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친구이니까 말이다.




되돌이켜 보면, 영무랑 이것저것 추억이 많았다.
작년 첫 기엠티 때, 영무랑 나랑, 그리고 종호였나? 그렇게 세명이 함께 후발대로 갔었다.
도착했을 때는 남은 고기도 없어서 먹다 남은 볶음밥을 먹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응원하러 나가고 나서는, 셋이서 '아~쇼크'라는 게임을 하고 놀았다. (그게 무슨 게임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셋이서 했다는 말에 웃을 수 밖에 없으리라.)

항상, 같이 밤 늦게까지 MSN에 남아있던 친구이기도 하다.
뭘 하고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항상 새벽 4시 쯤엔 MSN에서 만날 수 있던 친구였다.
가끔 그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었고, 평소에는 워낙 그런 이야기를 안하던 애라
'날 편한 친구로 생각해줘서 고맙다..'
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원에서, 미뤄지던 월급이 나오자 가장 먼저 주위 친구들에게 밥을 사기도 했던 친구였다.
농담삼아 '밥 한끼 사라'라고 했었는데, 정말 친하던 친구들에게 흔쾌히 밥을 사주던 친구였다.

집안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 뭔가 힘든 일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쉽게 꺼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한들 겉으로 드러내는 친구는 아닌듯 했다.




술을 마시다가, 영무가 이런 말을 했다.
군대 제대하고 나서는, 복학 하고 나서 잠수할꺼라고. 아무한테도 알리거나 말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혼자 수업을 들을꺼라고.
아마 이게 너희를 만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앞으로는 다시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함께 술을 마시던 정현이가 이렇게 말했다.
복할 할 때까지 너 기다릴꺼라고. 어디 숨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복학하고 나면 다시 같이 학교 다니는거라고.


'그런 말은 하지 마, 그런 말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 때쯤이면 너희는 너희 나름대로 한참 바쁠때잖아.'


군대 가지 말라고 떼 쓰던 정현이와는 달리, 남자애들은 말이 없었다.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술을 마실 뿐.
모두,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애들.
군대를 다녀 올 떄까지 기다려줄 친구에 대한 기대는, 미련은 버리려고 하는 영무의 모습에서, 모두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영무 말이 맞다. 2년이라는 세월, 긴 세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세월.
정말 영무를 보는게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렇게 영무를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지만, 2년 뒤에는 각자 일에 바빠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사실이니까.
나 역시, 2년 뒤에 영무를 반갑게 맞겠지만, 내가 그 때까지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나는 4학년 1학기,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이고, 지금처럼 영무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도, 술한잔 하는 것도 힘들지도 모른다.

또, 영무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군대를 갈 때면 그런 마음으로 떠나야 할테니까.
지금 함께 술마시고 있는 우리, 누구는 육군으로, 누구는 공군으로, 산업체로, 대학원으로, 그렇게 헤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



술은 별로 많이 안마셨다.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였다. 군대와는 전혀 관련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이야기들, 그렇게 함께 웃으면서, 그 이야기 속에 우리 서로의 마음을 태우면서,

각자 버스로, 지하철로 헤어질 때,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원묵이의 모습에서, 갑자기 가슴이 아렸다.
지금 이렇게 평범한 모습들, 영무는 이런 모습들을 한 장의 사진처럼 추억할 것이다.
환하게 웃는 모습, 앞으로 있을 힘든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테지만, 그래도 힘들었던 한 학기를 같이 보낸 친구들,

힘든 세상을 살다 대학생활을 되돌이켜 추억할 때면 지금 바로 이런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겠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원묵이를, 눈물을 흘리던 정현이를,
우리가 "허허허.." 하고 웃던 영무를 기억할 것 처럼.






어린애같은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영무, 영무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그렇게 2년 뒤에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변해도, 많이 변하지는 말고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ipuris

2006/06/16 17:40 2006/06/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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