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쓰레기통 _ 2010/07/01 00:37
'고래'라는 친구가 있다. 하마였는지 고래였는지 가물가물 한데 아마 고래가 맞을거다. 내가 한참 블로그질에 맛이 들려서는, 글쎄 룸메이트였던 친구에게 1년 짜리 계정에다 블로그를 설치해서 선물했던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컴퓨터와는 그다지 친분이 두텁지 않은 친구였는데 당황스러울 법도 한 선물이었다. 어찌되었든 블로그를 선물했고, 그러다보니 필명이란게 필요했는데 그 때 그 친구가 정한 이름이 '고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지낸 친구가 대학교 까지 같은 곳으로 와서 룸메이트까지 했던게 참 신기한 인연인데, 인연이란게 또 그렇듯 요즘에는 거의 연락을 못하고 지낸다.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자기 일에 바쁘다보니, 어쩌다 가끔 마주치면 다음에 술한잔 하자며 인사를 하면서도 정작 먼저 연락하기는 쉽지가 않았던 까닭이다. 올해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유일하게 그 친구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그 애의 싸이에서 접한게 마지막이었다.

아마 사회학과를 갔을거다. 사회학과 쪽에 관심이 많았고 그 쪽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자기가 교육학과인 줄 알았는데 한학기가 지나서 알고보니 과가 없었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기억이 난다. 어찌되었든, 그 사회학도의 영향인지 아니면 스물하나 청춘이었기 때문인지 기숙사 방에서 우린 심심치않게 치킨에 맥주를 먹으며 이놈의 사회에 대한 열띤 토론을 했었다.



누구나 자기 글에는 그만의 색깔이 있다. 그 친구역시 그랬다. 고래는 간혹 자기 미니홈피 사진첩에다 사진 하나와 함께 생활의 고백이라는 글을 올리는데, 어릴적 얼떨결에 생겨버린 자기 블로그에 어렴풋이 비치던 그 색이 이제는 제법 선명하게 드러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확실히 시간이 흘렀다. 예전에도 잘 썼던 글이지만, 지금은 더 잘 쓴다. 글을 더 자주쓸 걸 그랬다는, 그랬으면 더 정갈한 글을 쓸 수 있었을 거라는 글에 내가 부끄러워 진다. 역시 대학을 졸업하면 그 전공의 포스란게 생기는건가, 싶기도 하다.



좋았다. 역시나 뜬근없는 결론이다. 그 친구의 글에서 느껴졌던 것들 덕분에, 참 좋았다. 함께했던 스물하나 그 때처럼, 즐겁게, 진심으로 고민하면서 살아왔구나- 하는게 느껴져서다.

군대를 간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공학 전공이 아니라서, 대학원을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거다. 그걸 모르고 대학원을 선택하지도 않았을거고. 그 전에, 꼭 한번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해야겠다.




2010/07/01 00:37 2010/07/0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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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잘 모르겠는게 하나 있어.
사람이란게 원래 그렇잖아.
한참이나 친하다가도 한동안 연락이 뜸해지기도 하는거잖아.
때로는 전혀 친하지 않던 누군가와 갑자기 가까워지기도 하고 말야.



그런데,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나서도 계속 가까운 사이로 지낼 수 있을까?
지금, 친한 여자애들이랑 마랴.
그래도 되는걸까?



난 참 눈이 높은 편인데, 그래서 심각하게 난 결혼을 못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가끔 들곤 하는데마랴.
그래서 내 배우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내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런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까운 친구가 있을거고, 그 친구란게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내가 그렇다고 해서 남들도 그럴지는 모를 일이고, 또 정작 내 스스로 조차도 머리가 아닌 마음까지 정말 내 배우자의 가까운 이성친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
당장 지금도 친하던 여자애들이 남자친구가 생기면 연락하기 전에 한 번 더 주저하게 되니까.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거야.
주위에서 결혼하고 나면 여자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건 참 힘들게 된다, 이런 말을 듣게되다 보니까 마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지금은 내 곁에 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
지금은 편하게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밥도 같이먹고, 무슨 일 있으면 술이라도 한 잔 할 수 있는데,
이 친구들 나중에 5년 뒤,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마랴.
진짜 그렇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는 단지 '젊었던 그 때, 좋았던 친구' 정도로 추억되는건 아닐지.
그렇다면 좀 슬프잖아.



사실 남자는 크게 걱정 안해.
한동안 못보더라도 이미 충분히 친한 이 녀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만나서 웃고 떠들 수 있을거라 믿으니까.
뭐라 말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몰라 그런게 식상한 말로 우정이니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믿음이 우리에겐 있다고 믿거든.
근데 여자도 그럴 수 있을까,



9회말 2아웃 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어.
수애가 나와서 참 좋아했던 드라마인데, 거기 이런 장면이 나와.
수애 친구 누군가의 이야기인데, 아, 물론 여자야.
고등학교 때부터 있었던 집안의 빚을, 30살이 되어서야 겨우 다 갚게 되거든.
그리고 그 빚을 다 갚던 날, 제일 친한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 나와서는, 친구한테, 남자인데, 이렇게 이야기해.
"나 한번만 안아줄래? 그동안 수고했다고. 장하다고."



이게 여자가 남자한테 저런 말 한거니까 괜찮았는지는 모르겠는데,
가끔 나도 누군가한테 기대고 싶을 때가 있거든.
누가 날 좀 안아줬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단마랴.



이야기하다 보면 편해지고, 같이 걱정해주는게 고맙고, 남자여자를 떠나서 그렇게 가까운 친구가 있는게 참 좋은, 그런 여자애들이 있는데..
그냥 이렇게 지내다가,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더 먹으면 자연스레 멀어지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뭔가 서글퍼진거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 행복한 세상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2010/04/19 04:33 2010/04/19 04:33
며칠 전이었다.
호랭이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중학교 때,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인 호랭이에게서.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갔지만, 가끔 연락하며 지냈었다. 대학을 오고 나서는 거의 연락을 못하다가, 다시 연락이 이어져서 서울로 이사왔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동안 연락을 못했다. 아니, 오랫동안.

호랭이가 전화가 왔다. 저번에도 한번 전화가 왔었는데, 그 때 이상하게 통화질이 안좋아서 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렸다. 그래서 이야기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래도 반가웠다.
그런데 첫 마디가 이랬다.
"이야, 그래 니 진짜, 연락도 안하고. 중학교 때는 애가 친구 뭐 어쩌고 하더니, 이 새끼 진짜 대학가더니 변했네 완전."



부산을 떠나 서울로, 대학 처음 올 때가 생각난다.
다짐했었다.
다른 사람 먼저 생각하려하는 습관,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 사람이 제일 싫었다. 대학 좀 잘갔다고, 돈 좀 벌었다고, 출세 좀 했다고, 예전의 사람들에게 소홀히 대하고 무시하고 하는 사람.
대학 가서 변했다는 말, 정말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다.



"이야, 박한 그래 니 진짜, 연락도 안하고. 중학교 때는 애가 친구 뭐 어쩌고 하더니, 이 새끼 진짜 대학가더니 변했네 완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내가 그랬으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그 소중하게 생각한다던 친구들한테 연락 한번 안했으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말했다.
"미안하다.. 진짜 미안하다... 진짜..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다 진짜. 아.. 진짜 미안.."



슬프다.




핸드폰, 거짓말같은 시간...

핸드폰을 닫았다.

2007/05/28 00:08 2007/05/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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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한명이 군대를 간다. 그래, 이름을 말해도 별 문제 없을듯 하다. 영무, 권영무. 나에게는 익숙한 이름이고, 친숙한 이름이고, 따뜻한 이름이다.
같은 과 친구이고, 같이 2학기 수시로 들어온 친구이기도 하다.
걸음이 참 빠른 친구이다.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친구이고, WoW World of Warcraft를 좋아하는 친구이다.
조용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한 많은 도움을 주려하던,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허허.." 하고 웃어버리던 친구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다른 친구에게 짐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던 친구이다.

그런 친구가, 어제 군대를 간다며 송별회를 했다.
모인 사람은 얼마 없었다.
하긴, 그 친구는 그것을 바랬으리라.
사람이 많아 북적북적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친구이니까 말이다.




되돌이켜 보면, 영무랑 이것저것 추억이 많았다.
작년 첫 기엠티 때, 영무랑 나랑, 그리고 종호였나? 그렇게 세명이 함께 후발대로 갔었다.
도착했을 때는 남은 고기도 없어서 먹다 남은 볶음밥을 먹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응원하러 나가고 나서는, 셋이서 '아~쇼크'라는 게임을 하고 놀았다. (그게 무슨 게임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셋이서 했다는 말에 웃을 수 밖에 없으리라.)

항상, 같이 밤 늦게까지 MSN에 남아있던 친구이기도 하다.
뭘 하고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항상 새벽 4시 쯤엔 MSN에서 만날 수 있던 친구였다.
가끔 그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었고, 평소에는 워낙 그런 이야기를 안하던 애라
'날 편한 친구로 생각해줘서 고맙다..'
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원에서, 미뤄지던 월급이 나오자 가장 먼저 주위 친구들에게 밥을 사기도 했던 친구였다.
농담삼아 '밥 한끼 사라'라고 했었는데, 정말 친하던 친구들에게 흔쾌히 밥을 사주던 친구였다.

집안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 뭔가 힘든 일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쉽게 꺼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한들 겉으로 드러내는 친구는 아닌듯 했다.




술을 마시다가, 영무가 이런 말을 했다.
군대 제대하고 나서는, 복학 하고 나서 잠수할꺼라고. 아무한테도 알리거나 말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혼자 수업을 들을꺼라고.
아마 이게 너희를 만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앞으로는 다시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함께 술을 마시던 정현이가 이렇게 말했다.
복할 할 때까지 너 기다릴꺼라고. 어디 숨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복학하고 나면 다시 같이 학교 다니는거라고.


'그런 말은 하지 마, 그런 말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 때쯤이면 너희는 너희 나름대로 한참 바쁠때잖아.'


군대 가지 말라고 떼 쓰던 정현이와는 달리, 남자애들은 말이 없었다.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술을 마실 뿐.
모두,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애들.
군대를 다녀 올 떄까지 기다려줄 친구에 대한 기대는, 미련은 버리려고 하는 영무의 모습에서, 모두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영무 말이 맞다. 2년이라는 세월, 긴 세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세월.
정말 영무를 보는게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렇게 영무를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지만, 2년 뒤에는 각자 일에 바빠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사실이니까.
나 역시, 2년 뒤에 영무를 반갑게 맞겠지만, 내가 그 때까지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나는 4학년 1학기,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이고, 지금처럼 영무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도, 술한잔 하는 것도 힘들지도 모른다.

또, 영무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군대를 갈 때면 그런 마음으로 떠나야 할테니까.
지금 함께 술마시고 있는 우리, 누구는 육군으로, 누구는 공군으로, 산업체로, 대학원으로, 그렇게 헤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



술은 별로 많이 안마셨다.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였다. 군대와는 전혀 관련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이야기들, 그렇게 함께 웃으면서, 그 이야기 속에 우리 서로의 마음을 태우면서,

각자 버스로, 지하철로 헤어질 때,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원묵이의 모습에서, 갑자기 가슴이 아렸다.
지금 이렇게 평범한 모습들, 영무는 이런 모습들을 한 장의 사진처럼 추억할 것이다.
환하게 웃는 모습, 앞으로 있을 힘든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테지만, 그래도 힘들었던 한 학기를 같이 보낸 친구들,

힘든 세상을 살다 대학생활을 되돌이켜 추억할 때면 지금 바로 이런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겠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원묵이를, 눈물을 흘리던 정현이를,
우리가 "허허허.." 하고 웃던 영무를 기억할 것 처럼.






어린애같은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영무, 영무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그렇게 2년 뒤에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변해도, 많이 변하지는 말고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2006/06/16 17:40 2006/06/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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