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다
쓰레기통 _ 2007/05/08 18:08

'진부하다'라는 말, 바로 이런 곳에 쓰여야 하지 않을까.

학교 수업 중에 '21세기 기술경영'이라는, 외부강사의 초청 강연을 듣는 수업이 있다.
이번 강의는 어떤 회사의 대표님이 오셔서는 '이공계 성공 전략'이라는, 이른바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였다.

'이미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는 더더욱 1등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된다.'
'첨단기술을 이끌 수 있는 기술력을 가져야 한다.'
'컨버전스Convergence가 중요하다.' 사실 컨버전스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오직 main이 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에 MP3를 넣는 시도는 오히려 DSLR에 밀리고 있고, 핸드폰에 디지털 카메라와 MP3 기능을 넣은 것에 이제 사람들은 필요성을 못느끼고 오직 전화만 되는 핸드폰을 찾고있다. MP3와 디카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사놓고는 다시 ipod를 사고, 다시 캐논 DSLR을 사고 있다.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고객중심으로 변해가야한다.'

틀린 말 하나 없다. 분명 성공성공을 '돈 많이 버는 법'으로 정의한다면을 위해서는 저렇게 해야한다.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어떤 강사든, 어떤 책이든 모두 저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이라는 삼성의 이건희 아저씨께서도 저런 이야기를 했고, 이름모를 작은회사 사장님이 어느 포장마차에서 술한잔 걸치면서 이야기하는도 저런 이야기다. 질릴대로 질려버렸다.
앞으로의 세상은 저럴거라고. 저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정말 1등만이 살아남는 세상일까, 세상에는 1등이 아닌 수없이 많은 사람이 여전히 많을 텐데... 1등이 아니면 도태되는 세상인가, 정말 그 많은 사람이 도태되어버리는 세상이라면, 지금 이 세상이 그렇게 변하도록 가만히 놔두어야 하는게 과연 옳은걸까?

이런 강의는 더 이상 듣고싶지 않다.
저런 말의 중요성을 간과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옳다고 하는 길이다. 옳은가보다. 내 생각이 다를지라도, 최소한 저런 마인드는 염두에 두고 있어야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저런 시각은 판을 치고 있었다. 이건희 아저씨가 '1명이 10000명을 먹여살린다.'라는 말을 하던 그 이전부터도, 저런 시각은 너무 '유명'했다.

오히려 이런 강의라면 대환영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1등보다 2등, 3등이 중요한 세상이다.'
'컨버전스의 시대는 끝났다. 하나에 올인하자.'
'생산자가 소비자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소비자가 생산자가 유도하는 흐름대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내 대학생활 중에 가장 후회되는 것들' 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물론 잘못된 시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주제의 강의에서는 참신함을 발견할 수 있을테고, 열정과 소신을 느낄 수 있을테고, 그 안에서 배워야 할 점, 그리고 한계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판에 박힌 뻔한 이야기만 하는 3시간의 강의라면, 나는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2007/05/08 18:08 2007/05/08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