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어공주가 되어버렸다.

나는 인어공주가 되어버렸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마치 동화 속 인어공주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평상시에 말하는 톤은 그나마 유지(?)할만 한데, 이게 노래방만 가면 문제다. 당최 '도레미파솔라시도'가 불러지지 않는다. 한 옥타브의 음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국가도 못부르고 아리랑도 못부른다. 당연히 요즘 유행한다는 노래들, 내가 좋아 하는 노래들을 부르기엔 택도 없이 모자라다.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 라고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던 나이기에 그저 당혹스럽다.

이런 느낌이다. 무협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수십년동안 수련을 해온 주인공이 무리하게 무공을 익히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무공을 잃는... 물론 내가 노래 잘 불러보려고 수십년 연습을 했던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연습을 했던 적도 없지만 말이다.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컴퓨터에서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가 흘러나온다.
중학교 때, 첫사랑이란 걸 할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낮간지럽지만, 여자 친구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고 싶어 참으로 열심히도 연습을 했었다. 하지만 변성기 한가운데 있던 내 목소리는 결국 그 곡을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 애와 헤어지고도 한참 후인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편하게 부를 수 있게 되었으니.

하지만 지금 내 목은 다시 중학교 때, 변성기로 돌아간 것 같다. 열심히 연습했던 덕분인지, 그동안 그렇게도 편하게 잘 불리던 '너를 사랑해'였는데, 이제 또다시 아무리 애를 써도 불러지지 않는다.



맙소사. 내 몸이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ipuris

2008/09/21 03:47 2008/09/21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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