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전 한 닢
쓰레기통 _ 2008/01/09 02:20

피천득의 수필 중에 '은전 한 닢' 이라는 작품이 있다.

(행여나 이 글이 저작권에 저촉되는 글이라면 삭제하겠습니다)

'은전 한 닢' 작품 보기


너무 유명한 작가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서 그런지, 인터넷에는 친절하게도 이 작품에 대한 분석과 해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수능에도 심심찮게 출제가 되는 작품이라 고등학생들의 언어영역 공부와 관련해서 내용을 정리하고 핵식을 요약해 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참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타이핑 하는데 수 십일은 족히 걸릴 만큼 많은 양의 작품 해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다 놓은 분들의 수고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행여 그것이 Ctrl + C, Ctrl + V의 산물이라고 하더라도, 단지 방문객 숫자를 조금이라도 늘려 한번이라도 더 구글 애드센스를 클릭하게 하려는 의도에서라도 말이다.

그 해설은 이렇다.


<은전 한 닢>

【해설】
피천득의 수필. 실제의 체험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여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특히 보통 수필과는 달리 사건의 이야기를 갖추고 있고, 대화의 방식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개관】
▶작가 : 피천득
▶갈래 : 경수필, 서사적(소설적) 수필
▶성격 : 회고적, 체험적, 극적
▶문체 : 간결체, 대화체
▶제재 : 은전 한 닢
▶주제 :
- 맹목적 욕망에 대한 연민
- 물질에 대한 인간의 소박한 욕심
- 소망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그 성취의 기쁨
- 인간의 맹목적인 소유욕과 집착의 의미
▶출전 : <금아시문선>(1959)

【표현상의 특징】
이 수필은 꽁트와 같이 소설적 구성을 보였고, 대화와 행동을 객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하 생략) 

문학 작품을 참 재미없게 만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해설이지만, 그보다도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것은 이 작품의 주제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소망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그 성취의 기쁨'이라는 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도대체 '인간의 맹목적인 소유욕과 집착의 의미' 이런 주제는 뭐란 말인가. 사실 은전 한 닢과 관련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인데, 그 계기가 된 어느 사이트에는 이 작품의 주제를 '인간의 어리석음' 이라고 되어 있었다. 거지가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느꼈던 피천득의 따뜻한 마음은, 정녕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물질에 대한 인간의 소박한 욕심?
과연 은전 한 닢이 단순한 물질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가. 이 글을 읽으며 시장에 김밥을 내다 판 돈으로 자식에게 자장면을 사주는 가난했던 어머니, 자식 대학 보내려고 소를 파는 아버지가 떠올렸던 내가 지나치다 하더라도,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더라는 거지의 말을 '물질'이란 단어로 표현함으로써 그 안에 담겨 있었을 거지의 희망, 의지, 꿈과 같은 것들을 모두 내던져지게 되었다.

맹목적 욕망에 대한 연민?
연민은 '가엾게 여기다'의 뜻이다. 거지가 눈물 흘리며 말한 은전 한 닢을 모으는 과정을 '맹목적 욕망'으로 치부해버린 것도 모자라, 오만하게도 그런 거지를 가엾게 여기는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인간의 맹목적인 소유욕과 집착의 의미?
그래, 도대체 이 글에서 나타난 집착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리석음인가?



위와 같은 주제로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단 말이다.

하지만 날 화나게 만드는 건 그런 식으로 밖에는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좁은 시각보다,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마치 진실이자 비판적 시각이고 지성적인 것인 양 거드름 피우는,
아니 어쩌면 그게 진실이고 지성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이 사회의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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