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법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무슨 말 뒤에 2.0 이란 숫자를 붙이기 시작한건 말이다.

그 모든 일의 시작은 'Web 2.0' 이었다. 버블붕괴 이후에 살아남은 기업들의 특징을, 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Web 1.0'과 비교해 'Web 2.0'이란 단어를 사용한 Tim Oreilly팀 오라일리가 원죄를 지은 것이다. 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이 책을 잘 안사니까 초대형 출판사의 수장이 돈 좀 더 벌어보려고 'Web 2.0'이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 것이라면, 덕분에 수많은 출판사들이 바로 그 단어, 'Web 2.0' 때문에 먹고 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목적이 어찌되었든 간에, Tim Oreilly는 'Web 2.0'을 말함으로써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준 셈이 되었다. 실제로 인터넷이라는 것이 처음 만들어지던 바로 그 시기부터 존재해왔던 기본 철학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

인터넷은 정보의 공유를 위한 군사적 목적의 네트워크에서 출발한다. 후에 군사적 목적을 위한 부분은 따로 독립되어 분리된 후에도, 대학과 연구소들이 자료의 공유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지금의 인터넷까지 성장해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Oreilly가 Web2.0을 말하면서 우리는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웹은 과연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오고 있는가?'
아니었던거다. 맛집 리뷰는 보는 거였지 쓰는게 아니었다. 80을 위해 20을 버렸다. 저마다 내꺼 맘대로 쓰지 말라고 빗장을 걸어놓고 있었다. 내용보다는 외모에 치중하고 있었다.

'참여'를 위한 웹 표준, 웹 접근성이란 말이 이슈가 된 것이 바로 그 때부터였다.
'공유'를 대표하는 집단 지성, 위키피디아가 유명해 진 것도 그 때였으며,
'개방'을 대표하는 오픈 소스 혹은 오픈 API, 그를 이용한 매쉬업 등 역시 바로 그 때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얻게된다.
내가 이 블로그란 것을 하게 된 것도, 지식인으로 네이버가 대박을 친 것도,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과장 한 숟가락만 보태면 전부 이 Oreilly의 한마디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유명해져버렸다. Web 2.0은 커녕 컴퓨터나 인터넷에도 관심 없던 놈들까지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도록 말이다. 만든지 2년된 Web 2.0기업이 수백만 달러에 인수가 됐니,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잡아먹니,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니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그게 문제였다.

그 놈들이 2.0 이란 단어를 보고 떠올렸을 생각은 뻔하다.
'아, 이게 한글 3.0 이나 포토샵 7.0 같은, '버전'을 뜻하는 거구나. Web 1.0 다음에 나온게 Web 2.0 이구나.'
이정도만 생각하고 끝냈으면 그래도 괜찮았을 것을,
'어라, 이거 딴데 또 써먹을 수 있겠는데?'
하더니 이제 별의 별 말을 다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책 제목이든 회사 이름이든 인터넷 주소든 아무데나 다 갖다붙이고 있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필름 2.0' '뉴스 2.0' '정치 2.0' '부모 2.0' '스포츠 2.0' '출판 2.0' '경제 2.0'...

하지만 Web 2.0이란 말에 담긴 그 고민을, 저 위의 말들은 전혀 내포하지 않고 있다. 전혀 철학적으로, 이념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가치를 두고 있으면서, 그저 '2.0'이란 단어를 차용해왔을 뿐이다. 왜? 잘나가니까.



허, 이제 더 가관이다. 3.0 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한거다.
당연히 Web 3.0이 시작이었다. Web 3.0, 어디선가 뉴스에서 '우리 기업은 Web2.0을 넘어선 Web3.0 기업입니다.' 라고 말하는 어느 인터넷 기업 사장님을 보고는, '저 회사 곧 망하겠구나.'라는 생각만 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이게 가면 갈수록 3.0이란 말이 계속 나온다.

Web 2.0이라면, Web 1.0이 있었을테고, 그러면 Web 3.0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혀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럴 듯 하지만, 알고보면 그보다 한심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당황스럽게도 온갖 메스컴이나 책에 버젓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건 뭐 자료 유출 확인하라고 하드디스크 갖다줬더니 마우스랑 키보드는 안갖다줬다며 의혹을 제기하던 이 나라 정부 관료라는 놈들의 짓거리나 다름 없다.

아까도 잠깐 이야기 하긴 했지만 이해를 위해 좀 더 자세히 말한다면, Web 2.0은 인터넷이, 웹이 지향하던 가치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참여니 공유니 개방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즉, Web 2.0은 Web1.0 다음에 순서대로 나오는 그 무언가가 아닌 것이다.
그럼 Web 1.0은 뭐냐고? Web 2.0에 반대되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그러한 가치와는 벗어나 있었던 웹을 의미한다. 곧, Web 1.0은 결코 웹의 시작도 아니고, 웹의 이전 버전도 아니다.
인터넷이 A라는 핵심 철학을 가진다고 치면, A - A - A - A - B, 이렇게 탄생 이후로 그 철학을 쭉 유지하다가, B라고 삐끗한거다. 근데 얼마 안가서 인터넷기업들이 폭삭 다 망했다. 그래서 A로 되돌아가야한다고 말을 한거다. Tim Oreilly라는 아저씨가. 여기서 A가 바로 Web 2.0 이고, B가 Web 1.0이다.

그러므로, Web 3.0을 말할 수 있으려면 그냥 시간이 흐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또 다른 철학이 존재해야한다. Web 2.0과는 비교되는 또다른 것 말이다. 하지만 Web 2.0은 초기의 웹이 지향하던 가치로의 회귀를 말한다면, 그렇다면 Web 3.0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참여/공유/개방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그게 새로운 것일 수 있을까? 또한, 그 굴레를 벗어난 것이 '네트워크' 혹은 '인터넷'일 수 있을까?



하지만 뉴스나 책을 보면 전문가라는 인간들까지 어디선가 출몰해서는 Web 3.0과 Web 2.0의 차이점까지 설명하고 있다. 속이 터질 노릇이다.
'요즘에는 개나소나 전문가 하나.'
라는 생각부터 들지만, 이 글을 읽는 분의 입장에선 아, 아까 보니까 어디 사장님도 Web 3.0이라 그러고, 또 여기 나온 전문가까지 그렇다니까 일개 블로거 따위의 말보다는 그게 훨씬 맞는거 같아 보일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도 어딘가 좀 그럴 듯한 근거를 대야할 것 같다.
이 월드 와이드 웹 세상과 관련된 모든 약속을 결정하는 기구가 존재한다. World Wide Web Consortium, 줄여서 W3C 라는 곳이다. 그 곳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공식적으로 Web에 버전을 붙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또한, Web 2.0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던 Tim Oreilly 역시 Web 3.0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Web 3.0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 만들어낸건지조차 불분명한거다.



이런 일화로 재미없었던 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서울 디지털 포럼에 초청되어온 구글 CEO 에릭 슈미츠에게, 누군가가 이렇게 질문했다.
'당신은 웹3.0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에릭 슈미츠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웹 3.0은 아마 당신이 방금 지어낸 말 같군요.'




Posted by ipuris

2008/12/12 05:16 2008/12/1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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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고 싶어졌다.

어릴 때였다. 초등학교 5학년, 아니면 6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 컴퓨터란 것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자그마치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책이 출판되는 과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원고를 열심히 써서 출판사에 보낸 후 반응이 좋으면 책을 낼 수 있을거란 제법 체계적인 생각을 했었다.

옆에 컴퓨터 책 몇 권을 쌓아놓고는, 워드 프로세서를 켜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열 세살짜리도 할 줄 아는 컴퓨터" 였던가, "열 세살짜리에게 배우는 컴퓨터" 였던가, 뭐 그런 식의 제목이었다.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보다. 열 세살이면 초등학교 6학년이다.

머릿말을 썼다. 일단은 컴퓨터와 친해지는게 중요하다면서, 타자연습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게임이나 채팅처럼 다른 것에 관심을 두는게 더 좋을것이라는 말을 적었던 기억도 난다. 그러면서 '저처럼 컴퓨터 시스템 자체에 관심을 가지면 더 깊게 알수 있답니다' 이런 대책없는 자신감자만심이 철철 흘러넘치는 문장을 썼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는 1장 1절부터 본격적인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Windows를 잘 알기 위해서는 DOS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뭔가를 적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바로 Windows에 대해서 적기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되돌이켜보면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나름 진지했다. A4용지 세네장을 빼곡히 채워가며 내용을 적던 기억이 난다. 학교 숙제로 독후감을 적어도 A4 한장을 겨우 채우던 때였으니, 참 대단한 일이었다.

꿈많던 꼬맹이의 작은 도전은 아쉽게도 10여 일 만에 집필(?) 흥미를 잃어버리면서 끝나게 된다. 그래도 열심히 적었던 그 파일이 우리집 컴퓨터 어딘가엔 있을텐데, 그 이후로 수도없이 컴퓨터를 망가뜨리면서 불가피하게 해야했던 포맷에 의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 때가 아버지께서 한참 논문을 적으실 때였던 것도 같다. 아버지께서 무언가 책을 보고,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적고 계신 것을 보면서 나도 흉내를 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렸던 나에게 항상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셨던 아버지셨다.
그런 태도나 분위기를 보고 배우라는 의미였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할 만큼은 자랐던 나였지만, 아직은 공부보다 게임이 좋고 뛰어노는 것이 더 좋았던 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그런 모습에 자연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어린 나이기도 했다.



교양으로 들었던 '디지털 컨텐츠 기획론'이라는 수업의 최종 레포트를 쓰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안타깝게도 웹 기획과 관련된 책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있는 것조차 1999년, 2002년에 출판된 것들이라 하루가 멀다하고 변해가는 웹에 대한 자료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2003년도의 버블 붕괴조차 겪기 이전에 나온 책들이니 말이다.

원하던 책은 찾지 못했지만, 도서관에서 나오는 내 손에는 조금 다른 성격의 책이 네 권 들려있었다.
'거미줄에 걸린 웹', '성공하는 웹사이트, 실패하는 웹사이트', '인터넷은 휴머니즘이다', '인터넷 철학'.



이런 분야에 참 관심이 많다.
인터넷과 우리가 사는 세상 사이의 상호작용,
인터넷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의 발견되는 웹의 특성,
결국 사람들이 지향하는 것과,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 그리고 인터넷이, 이 세상이 나아가야할 미래에 대한 것들.

10년 전의 나차럼 책을 쓰고 싶어졌다.
내 장난감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컴퓨터다. 하지만 책의 주제는 좀 바뀌었다. 그 때는 컴퓨터 초보를 위한 입문서였는데, 지금은 컴퓨터 자체에 대한 내용이 아닌,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이다.

칼럼과 같은 형식으로 작은 글을 하나씩 모아갈 생각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여진 글이, 언젠가는 정말 내가 책을 낼 때 한 페이지 한 페이지의 밑그림이 되어줄거란 믿음을 가지고.





Posted by ipuris

2007/12/14 19:08 2007/12/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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