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시즌, 오티다 새터다 개강파티다 엠티다 해서 한창 술자리가 많을 때다.
하지만 참 더럽고 아니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자가 대다수라는 특성 때문일까, 사실 남자가 대다수라는데서 나오는 분위기에서 기인했다는거지, 남자들이 그 문제의 주범인건 결코 아닌 듯 하다. 어느정도 반 분위기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차라리 공대에서만의 특권을 지닌 여자들이 그 주체가 되는 경우를 내 주위에서는 훨씬 많이 보았다.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서 공대는 훨씬 술을 많이 '먹인다'.

술이라는게 아직 내가 술을 논할 나이는 아니긴 하다. 안마실수록 좋긴 하지만, 어느정도 적정량만큼 마시는 것까지는 분위기를 좀 더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대에서 여러 학번이 섞여서 술을 마실 때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후배 입장에서는 선배가 주는 술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선배가 원샷을 하면 후배는 꺾어마시면 안된다. 인상쓰고 다 마시라고, 공포 분위기를 잡는건 아니다. 모두가 성인으로써 인정을 받는 대학에서 선후배간의 공포 분위기라는 것 자체가 좀 웃기기도 하다. 마치 장난인 것처럼 웃으면서,
"어? 나도 술잔 다 비웠는데, 넌 왜 술이 남았어?"
하지만 후배 입장에서는 특히 대학을 새로 들어와서 아직 선후배간의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전의 새내기라면, 그 웃으면서 하는 말 한마디를 거부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 없다. 더 안마시겠다고 해도 선배는 웃으면서 빈 술잔을 거꾸로 들고는 까딱까딱 흔들 뿐이고,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든 선배동기들의 이목은 그 사람에게 집중된다. 만약 그 상황에서 후배가 진지하게,
"선배, 저 정말 술 더 못마시겠는데, 억지로 술 권하지 말아주세요."
이런 말을 잘못 했다가는 선배들에게 년/놈의 주어가 궁금해진다 '개념없는 년/놈'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속으로는 무슨 욕을 얼마나 하든, 일단 그 술은 마실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여기에 남자와 여자, 성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난감해진다.
그래도 동성끼리는 내가 여자가 아니라 모르겠다. 남자끼리는 이라고 말을 바꿔야 하려나? 하지만 여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꺼란 생각이다. 선배도 그만큼 마시면서 그 정도 양의 술을 후배에게 강요하지만,
만약 '공대의 꽃, 여자' 선배가 남자 후배에게 술을 준다면, 선배는 입만 갖다대더라도 후배는 원샷을 해야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술을 조절하면서 마신다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술을 조절한다는건 선배가 된 후에야 가능하지, 후배들은 끊임없이 로테이션되는 선배들의 불규칙적이고 필요 이상으로 빠른 페이스에 맞춰 갈 수밖에 없다. 주량이 무한대로 발산한다고 해도 술을 많이 마시는건 몸에 전혀 도움이 될 리가 없긴 하지만, 주량이 넘은 후배들은 술마시다가 토하는 것 정도는 흔한 일이다. 화장실 가서 변기에 토하는건 그나마 다행이지, 문 앞에서 토하고, 계단에서 토하고, 술마시다가 마시던 그 자리에서 자기 옷에, 음식 위에 바로 토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기 직전까지, 우리의 존경하는 선배님들은 술을 먹인다.
토하고 나서야, 갑자기 진지해진 척, 후배들 아끼는 척, 뒤치닥꺼리한다고 챙겨준다고 생색내기 바쁘다.



이건 무슨 '학번폭력'이나 다름없다.
그러지는 않으려고 했지만, 나 역시 올해 후배들이 술 때문에 힘들 때 '학번권력'으로 술을 억지로 더 먹였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선배가 후배에게 술을 먹이는 행위가 아주 당연한 이 분위기로부터 파생되는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현실이 비록 일반적인 것일지언정 정상적바를정常的인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2006/03/04 16:58 2006/03/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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