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hapsody in Europe ] 060731: Flying

고도 3,000피트, 시속 860km. 이제 광주를 지나 제주를 향해 날고있다.

비행기의 지정 좌석에 앉자마자 나는 잠이 들었다. 전혀 긴장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이유모를 피곤함이 몰려온 까닭이다.

내가 얼핏 잠이 깬 것은 비행기가 이륙할 무렵이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났고, 몸이 뒤로 젖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Cathay Pacific의 이 거대한 물체는 그렇게 중력을 이겨내고 있었다.

다시, 어린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는 멀어져갔다.
그들은 캠프를 가는 것처럼 보였다. 스튜어디스의 조용히 해 달라는 음성마저 그들에게는 즐겁고 환상적인 경험의 반주에 지나지 않는 듯 했다. 하긴, 그들의 맑은 웃음소리는 너무나도 유쾌해서 그것을 듣는 나에게조차 소음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들뜨지 않은 나에게, 여행이란 이런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듯 했다.



내가 다시 깨어난 것은, 그러니까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비행기가 이륙한지 한 시간 무렵이 지난 후이다.
이젠 제주를 훨씬 지나 Taipei를 향해 가고있다. 출출하던 차였는데 마침 기내식이 나왔다. "rice, beef or chicken?" 이라 묻는 스튜어디스의 질문에 나는 "beef or chicken?" 이라 되물었고, 스튜어디스는 그 말을 chicken이라 듣고는 내게 chicken을 건내었다. 7년 전에 처음 먹었던 기내식에서 타의로 선택되었던 chicken, 7년이 지난 후에도 나는 역시 chicken이었다.

비행기 창문

눈부신 세상이다.



맛은 괜찮았다. 워낙 음식을 안가리는데다가, 정말 기내식 음식의 맛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운 것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먹기에는 조금 느끼할 수 있긴 하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단지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였기 때문일까. '농협김치'가 나왔다. 하지만 김치를 먹는 기쁨은 조금 미루기로 했다. 느끼한 서양 음식에 질려갈 때, 준비해간 컵라면과 함께 김치를 먹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나는 김치를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음료는 다양했다. 물, 쥬스, 음료수, 그리고 맥주와 와인까지 있었다. 나는 맥주를 선택했다. 느끼한 고기를 먹었기에 뭔가 톡 쏘고 입안을 깔끔하게 해 줄 것이 필요했고, 다행히 나는 맥주 한 캔 정도는 기분좋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이었다. Carlsberg Beer라는 맥주가 나왔다. 초록색 캔이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맥주 답다고 해야하나, KGB나 크루저처럼 맛있는 쪽은 아니었고, 버드와이저나 카프리처럼 부드럽거나 톡 쏘는 맛도 아니었다. 하이네켄과 비슷했다.

와인도 한 잔 부탁했다. 레드 와인으로. 사실 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차이를 모른다. 와인을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마셔본 적이 없는건 아닌데, 아무런 인상도 남아있지 않다는 표현이 낫겠다. 레드와인을 마신 첫 느낌은 이런 것이었다.
'으~ 이런걸 무슨 맛으로 마시지?'
하지만 입안에 와인 향이 퍼지기 시작하고, 넉넉해진 배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지자, 이렇게 와인 한 잔으로 여행의 기분을 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것이 내가 와인을 주문한 이유이기도 했다.

와인 한 잔과 함께, MP3에 넣어온 강타 1집에 빠져들었다. "오~ 나 그대를 사랑하나봐요~"로 시작하는, Jazz풍의 앨범이다. 한 잔의 와인과 함께하는 Jazz라니, 이거 뭔가 낭만적인데?



경유지인 홍콩 공항에 다다른 것은 출발한지 세시간 정도 흐른 밤 11시 경이었다.
역시 컸다. 게이트 사이를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 만큼.
하지만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우리나라의 초라한 입지가 눈에 띄었다. 면세점에는 세계 각국의 브랜드가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노키아와 모토롤라에 밀려 한쪽 구석에 전시되어 있던 Anycall이라는 브랜드.
유일하게 날 기분좋게 했던건 음반매장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보아였다.



홍콩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자 드디어 외국으로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승객의 절반 이상이 노란머리 푸른 눈을 한 잉글리시 맨이었고, 기내식에는 더이상 김치가 나오지 않았다. 스튜어디스에게 이야기 할 때 한글로 우물우물하면 중국어로 되물어왔고, 복도 건너 맞은 편에 앉은 동양계 혼혈로 보이는 40대 중후반의 아저씨는 승수가 가지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을 물어볼 때 "Are you Japaness?"라며 말을 걸어왔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내 영어가 아주 조금이나마 사용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목이 마를때면 물이나 콜라를 달라고, 메모해 둘 것이 생각나면 종이를 달라고 했고, 스튜어디스들은 상냥히 웃으며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내 자리

콜라 한 잔, 메모지 하나, 펜 하나, 그리고 MP3 -





홍콩에서 영국으로 가는 것은 무려 9600km를 날아야만 했고, 시간으로는 11시간이나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의 11시간은 사람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충분히 고역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행히도 7시간을 날아 중3 사회시간에 배웠던 우랄 산맥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까지는 제법 괜찮은 것이었다. 사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기내식이 나왔고, 기내식을 먹은 뒤에는 비디오 채널에서 해주던 '야수와 미녀'를 보았다. 영화를 본 뒤에는 네시간 가량이나 잠들었다가 이제 깨어난 것이다. 우스게소리로 시차적응 한다며 한국에서 밤이 늦어서야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네시간 뒤 영국에 도착하면 그곳은 새벽 다섯시, 즉 지금은 밤 1시라는 말인데, 나는 지금 눈을 감으면 다시 두세시간 정도는 잘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구름 위를 나는 모습을 한 장 찍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밖

하늘과 땅이다. 아니, 지구다.





Posted by ipuris

2008/08/06 03:16 2008/08/0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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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ies in Boston ] 080124: 시작

미국이다.
사실 흥분된다거나 떨린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단지 내 돈 안들이고 미국에 가게 되었다는 뿌듯함 조금, 입국심사 잘 통과해야 할텐데 하는 걱정 조금.

작년 여름이다. 유럽에 다녀온게. 시간이 엄청 흐른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유럽여행을 했을 때는 매일 밤, 그리고 뭔가 떠오를 때마다 글을 적었다. 마치 글을 적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인 것처럼,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편집증 환자처럼 글을 적는데 집중했다. 파리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하고 나서 기록의 수단이 글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때의 글을 보면 무언가를 배우고, 느껴야만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이 느껴진다. 하지만 유럽이란 곳을 다녀오고 나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냐고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난 그다지 성장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미국에서의 경험을 마무리 한 뒤의 내가 이만큼 성장해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대학 시절, 단지 흥미가 있어서 도강했던 글자 모양과 관련된 강의가 훗날 세계 최초로 컴퓨터에 글꼴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경험이 곧 성장으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 경험은 필요하다. 미국, 보스턴이란 곳에서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그런 경험을 가져가고 싶다.



11시간의 긴 비행.
좌석 앞의 작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화 '라따뚜이'를 볼 수 있었다.


라따뚜이 #1


라따뚜이 #2


 

인천공항 → 시카고의 이름모를 공항 → 보스턴의 이름모를 공항 → Homestead 호텔 → 저녁: 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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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시카고로. 다시 시카고에서 보스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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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이름모를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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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아직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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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Talk Play Love 라는 광고카피가 생각난다. Wolfgang Puck 이라는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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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결론은 역시 맥도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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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 R2D2를 팔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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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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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첫 식사는 UN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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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도와준 직원이 예뻤다. 아마 나보다 어리겠지? 여기 사람들은 워낙 빨리 성숙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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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학교 앞에 있던 UNO와 비슷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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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너무 많이 시켜서인지, 메뉴가 뒤섞여버렸다. 내가 먹은건 사실 태영이형이 시켰던 메뉴.

 





 

Posted by ipuris

2008/01/27 18:17 2008/01/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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