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입장에서 여자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게 참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다. 주위에 친한 여자친구도 많고, 물론 이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 중에도 여자가 꽤 있으니까. 그런데 입이 간질간질한 걸 어쩌랴. 쓰고봐야지. 다행히도 이 블로그를 찾는 대부분의 여자분들 중에는 이런 분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요즘 내 또래, 즉 20대 초중반의 여대생들을 나는 몇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듯 하다.
자존심, 미니스커트, 검은스타킹. 하이힐.

특히 얼굴이 예쁠수록, 집에 돈이 많을수록, 몸매가 좋을수록,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들이라면 학벌도 이만하면 괜찮은 편이니, 아니나 다를까 그들을 휘감고 있는 그 보기 싫을 정도의 당당함은 그야말로 안타깝기 그지없을 정도다.

하긴 20대 초중반, 안그래도 여자가 제일 예쁠 때라는 시기에 얼굴도 예뻐, 몸매도 좋아, 학벌도 좋아, 집에 돈도 많아, 그야말로 어디 하나 꿀릴 게 없으니 자존심 좀 쎄면 어때, 그런 사람이 당당하지 않으면 누가 당당하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뭐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 단지, 20대 초중반의 대부분의 여대생들이, '나 이만큼 비싼 여자다.' 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달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존심이란게 참 희한한 모습일 때가 많다.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로 신나게 남의 뒷담화를 나누는 모습이라던가, 조모임 시간에 한참 늦어놓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테이크 아웃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보거나 할 때, 혹은 토론 중에 엉뚱한 소리를 하다가 슬슬 자기 말이 안되는거 같으면 '아 제가 틀렸네요' 말은 못하고 어찌어찌 비슷한 이야기에라도 묻어가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볼 때면 특히 그렇다.

오히려 주위에 정말 멋진 여자들, 그게 여대생이든, 직장인이든, 누가 봐도 '대단하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차라리 평소에는 차분하고, 겸손하고, 편한 모습 들이었는데 말이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뭔가 자신의 일을 해야 할 때는 누구보다 끈기있고, 열정적이었고, 그리고 그 끝에 자신이 완성한 결과물을 가지고 남들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곤 했는데...



남자가 쓰는 여자의 이야기라, '너나 잘하세요', 혹은 '남자여자가 아니라 사람이 다 그런거에요' 하는 말도 듣겠지만, 어쩌랴. 그걸 알면서도 내 눈에 비치는 그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여대생들의 모습은 여전히 그런걸.





2009/12/09 00:42 2009/12/09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