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노닥노닥/책 _ 2009/01/01 07:55
이방인 L' Etranger
알베르 카뮈 저
김화영 옮김
책세상




1.

예상 외의 순간에 글이 끝나버렸다. 마무리가 허술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남은 페이지가 많음을 보며 글이 계속 이어리지라 태연히 짐작했던 것이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평론들을 보며, 나는 두려움에 빠진다. 이들의 분석은 분명 내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 분석이란 내가 이 책을 읽은 감상과는 어느정도, 혹은 완전히 동떨어져 있을 것 역시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는 그 평론을 읽으며 내가 느끼던 것을 일종의 잣대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음악조차 들려오지 않는, 이 새벽의 적막 속에서 있는 그대로 감당해야 했던 그 모든 것들이 무자비하게 재단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느낀 것이 없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은, 때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때로는 전혀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내 눈은 내 머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글을 읽어가며, 내 머리는 무언가를 느끼면서도 글에 집중할만한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방인, 너무나도 유명한 이 글의 제목 때문인지, 나는 그 단어, '이방인'으로부터 벌써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벌써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방인일까. 게다가 추측까지. 이래서 이방인이 아닐까. 하지만 뫼르소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네가 살인범으로 고발되었으면서 어머니의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을 받게 된들 그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인가?'

인간애라는 단어는 너무나 식상한 것이라서 쓰기가 두렵다. 게다가 더욱 두려운 것은, 그 단어는 어떤 감상조차 식상하게 만드는데, 일종의 틀 안에 모든 것을 가둬버리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하고 싶은 것이 그 틀 바깥에 존재할 때조차도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모두가 수긍 가능한 것이었고, 그래, 이를테면 논리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뫼르소가 허무하게도 선택 당해야했던 이 사회의 메커니즘 역시, 논리적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인간적이지 않았다. 뫼르소 역시 논리적이었지만, 또한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그는 솔직했고, 선했다. 그게 그가 죽어야할 이유가 되었으며, 그런 점들은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어찌보면 착한 척이다. 인간애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말이다. 책의 뒷표지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읽게 된 짧은 샤르트르의 이방인 해설처럼, '그는 단지 묘사한다. 카뮈는 다만 제시할 뿐, 원래가 정당화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정말이다.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

다시 음악을 켠다.
이런, 분위기 파악 못하고 god의 거짓말이 흘러나온다. 다행인건, 노래 제목이라도 그럴 듯 하다는 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제목은 The Liar 가 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2.

내 감상을 적고서는 평론이란걸 읽기에 앞서, 책의 서론 다음에 있던 '《이방인》에 대한 편지'를 읽었다.
역자에 의하면,
1954년, 어떤 독일 친구가 알베르 카뮈에게 《이방인》을 연극으로 각색하여 상연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제시한다. 이 글은 그에 대한 회답으로 쓴 알베르 카뮈의 미공개 서한인데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극히 명료하게 나타나 있어서 의미 심장하다. 《어떤 책의 역사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Histoires d' un livre : L' Etranger d' Albert Camus》(Paris, IMEC, 1990)에 실린 것을 우리말로 옮겼다.
란다.

그곳에 이런 말이 있었다.
..뫼르소로 말하자면 그에게는 긍정적인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거부의 자세입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도 의미합니다. 뫼르소는 판사들이나 사회의 법칙이나 판에 박힌 감정들의 편이 아닙니다. 그는 햇볕이 내리쬐는 곳의 돌이나 바람이나 바다처럼(이런 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존재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해본다면 거기서 어떤 정직성의 모럴을, 그리고 이 세상을 사는 기쁨에 대한 해학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찬양을 발견할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어둠이라든가 표현주의적인 희화(戱畵)라든가 절망의 빛 같은 것은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 p13~14
어떡해, 나 순간 소름돋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2009/01/01 07:55 2009/01/01 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