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다.
이 때만 되면 참 난감한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다는 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배가 고프다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배고파"를 중얼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말에는 최면 효과가 있어서, 몇 번 그런 말을 되뇌이다보면 나는 정말 무언가 먹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 같은 것에 빠져버린다. 그런 어이없이 조작된 본능을 핑계로 결국 무언가를 먹고야 만다.
이제부터는 더 큰일이다. 배가 불러진 것이다. 스스로에게 배고프다는 최면을 걸어서는 기어코 무언가를 먹고 만 과오로, 이제는 부른 배를 어찌 할 줄 모르고 방황하기 시작한다. 바람이나 쐬러 도서관 밖으로 걸어나오면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오리온 자리의 삼태성이 반짝거리고 있고, 아무도 없는 노천극장에 가면 시라도 한 수 읊을 수 있을 것 같은 감상에 젖어든다.
여전히 손도 안댄 시험 공부가 걱정이 되어 자리로 돌아오면, 이제는 졸음이 찾아온다. 부른 배와 푹신한 의자는 도서관의 조용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비로소 숙면을 위한 최고의 환경을 완성한다.
얼마나 잤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단지, 또다시 배가 고플 뿐이다.
Posted by ipur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