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모를 아줌마, 아저씨들이 제2공학관과 제3공학관 사이일명 서울랜드에 모여있는 것이다. 그것도 더 난감한건, 어디서 단체로 오셨으면 즐겁게 웃으며 대화라도 할텐데,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서로 한마디도 없이 벤치에 앉아계시거나, 혹은 벤치에 자리도 많이 남았는데 서서 계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니 학교를 왔던 오전에도 이랬던 기억이 났다.
이상하다, 라고 생각을 하며 도서관에 짐을 좀 두려고 제2공학관으로 들어갔는데, 어라, 무슨 학생들이 강의실 앞에 책상을 내놓고는 뭔가를 풀고 있는 것이다. 앞에 조교 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감독을 하고 있는걸로 봐서 무슨 시험인가보다. 그런데 시험을 이렇게 복도에서 봐도 되나, 사람들 지나다니면 집중도 안될텐데, 뭐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그 옆을 무심히 지나가는 찰나, 그 학생이 풀고있던 시험지와 잔뜩 긴장한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보니 그 학생이 입고 있는 옷 역시 다름아닌 고등학교 교복이 아닌가.
아하. 수시 논술, 아니면 면접이구나. 저쪽에 '글로벌리더 전형 시험장' 이라고 써져 있는 종이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수험번호 ADC20019. 그 때 같이 수시로 들어왔던 친구 싸이에는 아직도 면접구술시험 대상자 명단을 찍은 사진이 남아있다. 나도 대학에 수시로 들어왔다.
운좋게 서류를 통과하고, 수능을 채 한달도 남겨두지 않았을 무렵, 바로 이맘때 쯤 나 역시 수시 면접을 봤었다. '지성'이라는 단어가 느껴지는,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 했던 교수님 두분을 앞에두고 고3이었던 난 제법 긴장 한 채로, 하지만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했었다.
아마 이 미래의 신입생들, 모두 간절하리라.
'수시 떨어지면 정시로 가지 뭐.' 이런 생각으로 수능 컨디션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 하면서도, '기왕 여기까지 온거 꼭 붙고싶다.' 이런 생각.
내가 그랬으니까.
그런데 그 학생들보다, 밖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아버지, 어머니, 학부모님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너무 긴장하지 않기를, 준비한대로 잘 하기를, 애가 아는 문제가 나오기를.
혹시 모르는 문제가 나와서 당황하고 있지는 않을까, 잘 하고 있을까, 잘 하고 있을거야.
족히 몇 시간을 기다리고 계실텐데, 비어있는 벤치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긴장된 얼굴로 아들, 딸을 기다리고 계신 그 표정들이 기억에서 쉬 지워지지 않는다.
4년 전, 그 때 나는 서울에 가까이 사시는 고모와 함께 면접을 보러 왔었다.
아마 내가 면접을 보고 있던 그 시간동안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러셨겠지, 얘가 잘 하고 있을까, 어쩌면 나보다 더 긴장하고 계셨겠지. 면접이 끝나고 전화드렸을 때의 아버지, 어머니의 목소리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마지막 학기, 난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이다.
연세대학교라는 이름은 이제 더 이상 목표가 아닌, 그저 현재일 뿐이다. 오히려 가장 만만한 것이 되었다. 4년 전의 나에게는 그렇게도 간절한 곳이었는데 말이다.
뭐, 사람이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밖에 없으니까.
Posted by ipur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