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까지도 오는 사람이 있을까?'
처음에는 나도 이런 의문을 가졌지만, 대학교 옆 하숙촌에 인접해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비단 주위에서 하숙하는 대학생들 뿐만아니라 음주단속을 나오는 경찰들과 환경 미화원 아저씨들, 그리고 가끔 어디서 왔는지 모를 공사장 인부 아저씨들까지 하여, 그 늦은 시간에도 이 곳에 사람이 없는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밤늦게까지도 안잘 때가 많은 나 역시, 하숙을 시작하고 나서는 자연스레 이 곳을 자주 찾게 되었다. 밤늦게 출출할 때면 튀떡이튀김+떡볶이를 사오기도 하고, 갑자기 따끈한 국물이 그리울때면 라면을 먹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항상 라면에 김과 고춧가루를 뿌려주시는데, 김은 아무리 먹어도 그 라면 특유의 국물맛을 버려놓아서 나는 종종 "김은 빼고 주세요~" 라고 말씀드리곤 한다. 그러면 아주머니는 항상 "고춧가루도 뿌리지 마까?" 라며 어디 억양인지 알기 힘든 사투리로 이북 사투리인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물어보시고, 나 역시 '나름 자주 찾는데, 아직은 단골이 아닌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아니요, 고춧가루는 뿌려주세요." 라며 웃음짓곤 했다. 가끔 손님이 나 혼자일때면 밥 한공기를 주시며 "젊은 사람이 라면 하나로 부족하지? 같이 먹어~"라시곤 한다.
그저께였을거다.
밤 2시 쯤, 그 시간에 라면이 몹시도 먹고싶어서 여느 때처럼 연대 분식을 찾았다. 떡볶이가 이상하게 눌러붙어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라면 하나만 끓여주세요~" 라며 자리에 앉았다. 아주머니는 흔쾌히 라면 하나를 끓여주셨고, 김은 넣지 말라고 말씀을 드리려다 김이 들어간 라면 국물 맛도 오랜만이다 싶어 그냥 후루룩 짭짭 맛있게 라면을 먹고 있었다.
다른 손님이 한분 오셨다. 어디서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중년의 남자분이셨다. 라면 하나 끓여달라시는 그 아저씨께, 아주머니께서 "이제 장사 끝났어요. 피곤해서 일찍 들어갈려구요." 라고 하시는거다. '아, 그래서 떡볶이가 눌러붙어 있었구나.' 라는 생각과 '이상하다, 왜 벌써 들어가시지?' 란 의문, 그리고 '일찍 들어가시려는데 내가 와서 늦어지시나보다.'란 죄송함.
그리고 어제였다.
밤 12시, 집에 들어가는 길에 튀떡이를 사 가려는데, 아주머니께서 가게 문을 닫고 계신거다. 같이 간식거리를 사러 갔던 후배와 아쉬움을 뒤로하며 헤어지면서 '이상하다.. 어제 몸이 안좋으신 것 같더니, 아직 안좋으신가?' 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 11시쯤, 또 튀떡이를 사러 갔다. 아무래도 어제 못먹어서 아쉬웠나보다. 메신저로 배고프다는 새내기 후배에게 '난 떡볶이 먹으러 가야지~' 라며 놀려놓고는 연대 분식을 찾았다.
문이 닫혀있었다.
'이제 하숙생활을 2년째 하고 있지만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어제, 그리고 그저께 몸이 안좋으시다며 평소보다도 훨씬 빨리 문을 닫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주머니라고 부르긴 하지만, 족히 60대 중반은 되신 듯한 나이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으셔야 할텐데...'
내일은 꼭 연대 떡볶이에 불이 환하게 켜져있기를.
이번에는 아주머니께 김을 빼달라고 말씀 드려야겠다. 아무래도, 김을 넣은 라면은 국물 맛이 별로니까.
Posted by ipur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