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쓰레기통 _ 2008/12/28 05:48
우리 반 커뮤니티에는 '인물탐색' 이라는 게시판이 있다. 줄여서 '인탐'이라고들 부르는 것인데, 새내기 중에 인탐 주자 한 명을 정해서 1주~2주 정도 기간동안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는거다. 농담같은 가벼운 질문부터 소주 한잔 마시면서 아니면 하기 힘든 질문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는 마당이지만, 나도 새내기 때 인탐 주자가 된 적이 있었다. 많은 친구들, 선배들이 질문을 해줬고, 그게 고마워서 참 열심히 답변을 했었다. 요즘에는 시험이라고, 숙제많다고 계속 미뤄지기만 해서 질문은 쌓이고 답변은 안달리고 하는 일이 많던데, 새내기 때 난 철이 없었던 덕분에 시험이고 숙제고 다 제쳐놓고 질문이 올라오면 답변부터 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손에 일이 안잡혔다.

졸업하기 전에 그 내용을 간직해 두고 싶어서, 오랜만에 예전 커뮤니티에서 내 인탐을 찾게 되었다. 하나씩 캡춰를 해가면서 내용들을 보는데, 재미있는 내용도 많고, 부끄러운 내용도, 가끔씩은 깜짝 놀랄만한 글도 있었다. 그 안에 스무살짜리 내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질문들 중에 '넌 잠을 안자고도 왜그렇게 멀쩡해?' '넌 왜그렇게 밤을 많이 새?' 이런 내용이 많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밤을 많이 샜던거 같긴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질문들을 보는건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요즘은 밤을 잘 못샌다. 안샌다, 라고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왠만하면 잠을 잔다. 밤을 새면 몸이 도저히 못버텨서 그렇다. 나이먹어서 그렇다기에는 겨우 4년이 지났을 뿐이다.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우리들끼리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난 이제 24살이 될 뿐이다.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아야 정상인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인탐이 보인다.  

Q.
꿈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자나 ~ 그런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해야 되는데 ~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하기 싫을때는 어떻게 하는편이야 ?

A.
하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할 것 같아요. ㅋ
오늘 제가 화학 수업시간에 책상에 이런걸 끄적거렸어요.

꿈 > 시험 > 숙제 > 퀴즈 > 잠

중요한것부터 하려고,
어제 엄청 바빴는데- 레폿, 퀴즈, 프레젠테이션, 어쩌고 저쩌고- 할게 정말 많았는데..
제 꿈에 관련된 일을 먼저했어요. 그건 성적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는데..
 
덕분에 잠, 퀴즈는 포기. 숙제는 제출기한 안에 못냈구요. (어제까지였는데.. -ㅁ-)
그래도, 오늘 제가 했던 결정에 후회는 안해요. ㅋ

아마- 꿈을 위해서라면, 하기 싫은 일이라도- 참고 할꺼에요.
저 좀 이상주의자 적인 면이 있는것같아요 ㅋ



조금 슬퍼진다. 혹시 나, 스무살의 내가 가지고 있던 그 열정을 잃어버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2008/12/28 05:48 2008/12/28 05:48
나는 밤을 많이 새봤고, 또 잘 새는 것으로 대한민국 상위 1%에 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정말 친한 친구(의형제나 다름없는)들과 함께 Command & Conquer, 삼국지, 디아블로와 같은 명작 게임을 섭렵하며 밤을 지새웠었고, 때론 홈페이지를 만든답시고, 때론 디자인을 해본답시고 컴퓨터와 함께 밤을 샜었다. 대학에 와서는 밤새도록 술 마셔본적도 있고, 밤새도록 비를 맞으며 걸어본 적도 있다. 그리고 숙제와 보고서, 프로젝트를 한답시고, 또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밤을 새본 적도 참 많다. 얼마전 인턴을 할 때도 밤새며 일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었다.

웃기겠지만, 대학교 새내기 때는 밤샘이 수단이자 목적인 우리반 최대의 비공식 학회 '이밤'의 정신적 지주로써 활동하기도 했었다.

이런 '밤샘 전문가'로써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밤을 가장 잘 새는 사람은 다름아닌, 밤에 잠올 때, 밤새는 것보다 그냥 자는게 더 낫다고 느껴질 때, 자신있게 잘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떠한 과학적으로 보이는 근거를 들어야만 신빙성이 있는 것 처럼 착각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정말 밤샘에 있어서는 인생 선배로써 하는 말이니,
잠을 못견디겠다면, 자라!





2008/04/02 02:49 2008/04/02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