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고 잠시 Wrentham 아웃렛을 찾았다.
그리고 프루덴셜 센터가 그렇게나 야경이 이쁘다는 진아와 유승누나의 성화(?)에 못이겨 아웃렛을 간 김에, 돌아오는 길에 잠시 보스턴 시내 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보스턴 시내를 구경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제는 지겨워질 정도로 익숙해진 Wrentham에서 구경을 다니다가, 보스턴 시내로 향했다.
아, 보스턴의 밤은 위험하다.
세계 일류 국가. 일류도 아니지, 세계 최강의 국가. 그런 국가가 가진 이면이었다.
덕분에 차 안에서만 밖을 봐야했다.






미국에는 각 주마다 별명이 있다고 한다. 자동차의 번호판에 그 별명이 붙어있는데, 이를테면 뉴욕에는 'Empire State'라고 써져있고, 보스턴, 메사츄세츠 주에는 'the Spirit of America'라고 써져있다. America라는 신대륙에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정착해서 살기 시작했던 곳이 바로 이 곳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America의 영혼이라는 곳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난 유럽의 국가들이 미국의 역사를 무시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극단적으로 말해 미국에는 역사가 없다. 기껏해 봐야 200년, 300년이 그들의 역사다. 게다가 그 짧은 역사 또한 좋게 말해서 개척정신이지, America 원주민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강탈해온 역사이다.
이탈리아의 뜨레비 분수처럼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쉬는 그런 공간을 기대하기는 힘들더라도, 거리 곳곳에서 발견될 그 나라 만의 독특한 분위기조차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아니, 보였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밋밋하고, 삭막하며, 가난한 느낌이었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이 고풍스러웠다면, 미국의 오래된 건물은 심하게 말해 을씨년스러웠다.



그렇다고 마냥 미국을 흉 볼 처지가 되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그런 미국을 바라보며, 너무 느낌이 유사해 자연히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고 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디에 있는가.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신라의 금관 같은 것은 물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만한 훌륭한 예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박물관 속의 역사가 아닌 우리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역사 말이다.

교과서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미를 살렸니 어쩌니 하는 기와는 요즘의 건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역시 세계인이 'Beautiful'을 연발한다는 여성의 한복이나 색동 저고리, 그 옷을 그대로 입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실생활에 얼마나 사용되는가? 이젠 명절에 입는 예복조차 한복에서 양복으로 변해가는 추세가 아닌가?

그나마 역사 라는 것이 가장 잘 녹아있는 곳은 음식. 그리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게 음악에서의 '난타' 정도 되려나. 하긴 이 정도라도 자랑할 수 있는게 있다는건 다행이려나.



우리 나라가 아름답긴 하지만, 세계에서 손 꼽히는 관광지로 발전시킬 만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IT가 중요하고, 생명공학도 중요하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는 손에 꼽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그것도 응용과학이고 기술에서의 말이지, 순수과학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미국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가 지금 이 순간, 이 시점에서 미국에 앞서는 것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역사와 문화를 꼽을 것이다.

과학이 중요한 만큼 문화도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아무리 기를 쓰고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소중한 자원이 있으니, 바로 역사다. 역사는 지금 당장 나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준 가장 훌륭한 자산이다.

분명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자랑스럽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웃렛 Wrentham → 보스턴 시내 → 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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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Wrentham은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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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프루덴셜 센터가 맞았던가? 가물가물하다.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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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밤거리지만 무서운 밤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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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에 시커먼 흑인들만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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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있어보이는 건물이지만, 실제로 보면 상당히 삭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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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MIT 대학으로.



 





MIT에 갔다. 밤에 잠시. 위험해서 차에서 내릴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야경이나 보러. 내일도 또 갈꺼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있을 수가 없었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였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 MIT였다.

너무나도 쉽게, 누구나 '세계최고'라고 인정하는 대학.
전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 MIT가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세계 최고의 수재들이 거닐 거리가 지나갔고, 그들이 미친듯이 공부하고 있을 도서관이 지나갔다. 전 세계의 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실이 창가로 스쳐 지나갔다.

무언가 화가 났다. 부끄럽기도 했다. 자존심도 상했다.



 
아웃렛 Wrentham → 보스턴 시내 → MIT

정말이다. 나는 정말 사진이나 찍고 있을 수 없었다.
 





2008/02/05 15:01 2008/02/05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