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에 본 오페라를, 이제 와서야 감상문을 적는다.
이게 교양 레포트를 써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다녀오자 마자 간단히 썼을텐데,
교양 레포트이다 보니 쓰는 김에 같이 적자- 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대충 간단히 편하게 적을 수가 없어서 미뤄지고 미뤄진 끝에 이제서야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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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오페라와 뮤지컬을 구분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저번 여름방학에 유럽여행을 갔을 때, 영국에서 본 ‘오페라의 유령’도 난 사실 오페라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제목에도 ‘오페라’라는 단어가 들어간데다가, 그 뮤지컬에 사용된 음악 역시 중후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들 역시 노래를 무척이나 잘했다.
고등학교 때는 ‘명성황후’도 보았었는데, 그 때도 역시 무언가 대단한 걸 보러 간다는 생각이었고, 그 내용을 느끼러 간다는 생각이었지, 음악을 들으러 갔던 것은 아닌 듯 하다. 난 20년 동안 극음악에서 오페라와 뮤지컬을 구분할 줄 몰랐던 셈이다.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난타’를 보았던 적이 있는데 이것은 극음악적 요소와 퍼포먼스적 요소를 동시에 지닌 것이었다는 점에서 무언가 새로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리아도 없고 대사도 없었지만, 스토리가 있었고 한글도 영어도 아닌 이상한 외계어였지만 대사 없는 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 역시 특이하다.



이번에 우리학교 음악 대학에서 학생들이 준비한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오페라. 모차르트가 작곡했다. 미리 약간의 줄거리를 알고 가는 것이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교님의 말에 인터넷으로 간단한 정보를 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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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남성분들과, 우아한 모습의 여성분들. 격식이라는 것에 매여있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에 맞는 옷차림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곧 오페라가 시작되었다. 앞에는 무대가 있고, 무대 양쪽 끝에는 한글로 내용을 설명해 주거나 대사를 번역해서 표시해주는 화면이 있었다.
시작은 서곡이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서곡. 내가 어릴 적, 주말이면 집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나에게 종종 들려주시던 클래식 CD에 있던 곡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잠깐 아름다운 추억 속으로 빠져드려 하는데, 막이 오르고 오페라가 시작하였다.



오페라의 주는 음악일까 스토리일까?
원래의 오페라 내용 자체도 그 주제는 비록 무거울지언정봉건사회의 부조리와 계급 간의 갈등, 프랑스 대혁명으로까지 이어지는 사회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풍자적으로 가볍게 그것을 표현해 내고 있었으며, 무대에서의 배우들의 행동이나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랑하고 질투하고 속고 속이는 모습은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랑의 밀고 당기기 역시 웃음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음악적인 소양이 아직 부족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페라를 보고 있으면서 음악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는 날 발견하게 되었다. 서곡처럼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없는 음악은 참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곡처럼 노래와 음악이 함께 있는 음악은 많이 들어본 적도 없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오페라의 내용을 이해하며 따라가기 위해서 열심히 무대와 가사 해석이 나오는 화면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 것이다.

성악과 학생으로 생각되는 배우들의 멋진 목소리와 가창력은 다분히 매력적이었고, 억센 악센트의 발음 역시 재미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끈 구실을 해주었으나, 그 뒤로 들리던 모차르트의 음악은 단순히 ‘분위기에 잘 맞았다’라는 느낌과, ‘가볍고 경쾌했으며, 장난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라는 정도의 감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교양 수업으로 듣는 음악사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고전 음악과 낭만 음악에 대해 설명하실 때, 고전 음악은 어떤 룰에 맞추어진 음악이고, 제약 속에서 음악을 풀어내는 반면 낭만 음악은 주제가 다양하고 음악이 다채롭다고 하셨는데, 이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는 다분히 낭만 음악의 느낌이 풍겼던 것 같다. 물론 모차르트는 고전 시대의 사람이고, 고전과 낭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사람은 모차르트라기보단 베토벤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 하시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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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보면서 한가지 어색했던 것은 하나의 아리아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브라보!’ 하는 외침이었다. 명성황후를 들을 때도, 영국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들을 때도 중간에 그런 외침은 없었는데, 이는 아마도 큰 발표회와 같은 성격이 있었던 터라 부모님 또는 가족, 친구들이 많았던 이번 공연 만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원더풀!’ 혹은 '엑설런트!' '굿!' '판타스틱!' 하는 말도 할 법 한데 다른 표현 없이 오직 ‘브라보!’ 라는 단어만 외친 것을 볼 때, 어쩌면 ‘주위에서 하니깐’ 나도 따라 해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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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지겹지 않게 오페라를 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질투 하도록 만드는 모습들이 지금의 이 시대,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함께 오페라를 본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KBS홀을 빠져 나왔다. 오페라, 그렇게 보고 나올 때는 기분이 참 좋았는데 이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정리를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재미있는 내용도 잘 즐겼고, 배우 들의 멋진 가창력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백작부인의 충분히 감정을 소화한 목소리와 무대를 울리던 성량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다시 오페라를 보게 된다면, 이번에는 스토리와 목소리가 아닌 모차르트의 세계에 빠져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의 음악을 듣고 싶다.


Posted by ipuris

2006/12/16 04:40 2006/1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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