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 가득한 이름, GNU

원래는 시리즈로 적으려고 했었다. '꼼쀼따 이야기' 이런 제목을 붙여서, 시리즈로 1편 2편 이래서 글을 적으려고 했는데... 2편까지 밖에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일단 따로따로 적어보기로 했다. 거창하게 계획 세워놓고 못지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말이다.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을 공부하다 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참 많다. 왠지 모르게 심각하고 진지해야만 할 것 같은 '학문', '연구'라는 것들이지만, 이 컴퓨터과학만큼은 해커들의 장난기가 여기저기 묻어 있다.

'GNU'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살면서 그다지 마주할 일이 없는 단체이긴 하지만, 반면에 이런 말은 들어본 사람이 제법 있을 법도 하다. '리눅스Linux', '카피레프트copyleft'. 이 리눅스를 만들어낸 그룹이자 카피레프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해커 그룹이 바로 GNU이다.

그런데 이 GNU가 무엇의 약자일까, 바로 'GNU is Not Unix'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Unix란 이 GNU를 만든 사람들이 한참 젊을 때 대부분의 컴퓨터에 사용되던 운영체제이다. 지금의 윈도우처럼 말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앞에 또 나온 GNU는 무슨 뜻인가. 바로 'GNU is Not Unix'의 줄임말이다. 그래, 이 GNU라는 말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인 것이다.

컴퓨터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알고리즘 중에 Recursion 한글, 아니 정확히는 일본식 용어로는 '재귀'라 부른다 이란 것이 있는데, 어떤 구조 안에 자기 자신이 또다시 반복해서 들어가는 구조를 뜻한다. GNU 역시 바로 이런 Recursion 구조인 셈이다. 그냥 장난처럼 지어진 이름이면서도, 또 희한하게도 컴퓨터과학의 핵심 알고리즘이 사용된 이름인 셈이다.

그런데 그럴거라면, 왜 꼭 GNU 였을까? GNU라는 그룹을 만든 세계적인 해커 리차드 스톨만Richard Stallman에 따르면, A부터 시작해서 ANU, BNU, CNU, DNU, 이렇게 쭉 붙여봤단다. 그런데 다른 의미를 가진 줄임말은 빼고, 어감 이상한거 빼다 보니 GNU 까지 왔단다. "GNU? 괜찮은데?" 해서 정해진 것이 GNU라는 이름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장난스레 이름붙여진 GNU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세계적으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즉, Coptleft 운동을 이끌고 있는 단체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전세계 서버 운영체제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는 리눅스를 만들어낸 단체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네이버, 다음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의 서버는 대부분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다. 서버 운영체제로는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데, 개인용 컴퓨터에 리눅스가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단지 리눅스용 스타크래프트가 없기 때문이다. 결코 가벼이 볼 이름이 아닌 것이다.

컴퓨터과학의 다른 영역에서도 이런 장난스런 이름은 쉽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보다 안전한 통신을 위해 사용되는 알고리즘 중 하나인 PGP는, 마치 엄청난 보안 알고리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Pretty Good' PrivacyProtocol의 줄임말이다. 의역하면 '좋은 보안' 정도 되겠다. 마치  KFC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줄임말임을 알았을 때의 그 허무함이 느껴진다.

컴퓨터과학은, 다른 학문분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철학적이다. 왜 철학적인지는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이어나가도록 하자. 어찌되었든, 이런 장난기 가득했던 철학자들이 이루어 놓은 것을 배우는 기쁨이란, 그리고 그들과 함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기쁨 역시, 해커들이 컴퓨터를 사랑하는 큰 이유일 것이다.



덧.

혹시, 'GNU 이름 이거 진짜 그 뜻 맞아?'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 이 포스팅도 참조해 보시길. 위에서 말했던 GNU의 창시자 리차드 스톨만이 한국에 온 적이 있다. 그것도 연세대학교에. 그 때 갔다와서 포스팅 한 글이다. 여기 보면 스톨만 아저씨 사진도 있으니 구경 한번 :)



Posted by ipuris

2009/09/21 07:39 2009/09/2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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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스톨만 강연회

이 때가 언젠지도 까마득하다 -ㅁ-
이제서야 이걸 올리다니, 정신없이 살긴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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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스톨만.
GNU(Gnu is Not Unix의 약자라던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으며, 세계적인 해커이자 프로그래머이고, Copyleft, 자유 프로그램... 뭐, 사실 이 글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리차드 스톨만이 누군지는 알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 >_<;

그런 사람이 한국에 왔다.
그것도 우리학교에.
어찌 찾아가지 않을 수 있으랴!

도착하니 이미 자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그래도 앞쪽에 자리가 어찌 하나 남아있어서 거기 앉았다.
스톨만 아저씨의 얼굴은 보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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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스톨만 아저씨 등장!
이야기를 하기 전, 진행하시던 분이 멀리서 영어로 뭐라뭐라 그러자,
"What? I can't understand you! Please speak loudly!"
라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강연이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에 있어서 Freedom의 의미, 혹자는 리누스 토발즈가 만들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GNU/Linux (흔히들 그냥 Linux라고 부르는데, 그러면 안된단다)라는 것에 대하여, 중간중간 Microsoft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행하고 있는 짓(?)의 문제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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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컴퓨터와 사상이랄까, 이념이랄까, 추구하는 미래랄까, 그런 것들에 대한 것이었다.
컴퓨터가 만들어 낼 자유, Freedom에 대한 강연이었다.
자본주의 시대이지만, 자본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컴퓨팅, 프로그램, 그들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어찌보면 꿈만같은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리차드 스톨만은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사람이었다.

강연의 막바지에는 '하고싶은 말은 다 했다'라고 한 뒤,
작은 퍼포먼스(?)를 하는데, 웃겨 죽는줄 알았다.


퍼포먼스?



계속 웃느라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못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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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뒤에는 질문답변 시간이 있었고, 대부분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영어로 질문을 했다. 우와- 영어 다들 잘 하더라. 역시 국제화 시대에는 영어가 기본도구.. 그 중에 open source 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freedom 에 반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나도 처음 안 것이었다. 매우 힘주어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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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가 끝나고,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이제 돌아 나오는 길.

리차드 스톨만은 단순한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상가였다.
컴퓨터가 만들어 갈 미래에 대하여,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컴퓨터를 하는 이유를 보여준 강연회였다.
멋진 시간이었다.








Posted by ipuris

2006/12/28 04:11 2006/12/2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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