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산 사람이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부산에서 자랐다. 그리고 난 당연히 롯데 팬이다.
'당연히'라는 위험한 단어를 쓰지만, 사실 당위는 반발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맹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부산과 롯데의 관계에서만은 그 말이 과하지 않을 듯 하다.
'부산사람이면서 롯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산 사람들은 열렬한 롯데의 팬이다. 여기서 부산 시민이라고 하지 않고 부산 사람이라고 한 것에 주목!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중요한게 아니다. 한 번이라도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경기를 관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롯데 팬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나역시 어릴 때부터 롯데의 팬이었다. 어린이 롯데 야구단 팬클럽도 하고, 유치원 다닐때였나..? 롯데 잠바(?)를 받기 위해 사직구장을 찾아서 박정태, 마해영의 싸인도 받을 뻔! 하기도 했다. 한국 시리즈에서 3루수 공필성의 다이빙캐치를 아직 기억하고(아마 해태전이었던 것 같은데.. 빙그레였나? 붉은 유니폼이었다.), 염종석이 데드볼을 던진 뒤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던 모습 역시 아직 기억한다.
오직 롯데만 좋아하는건 아니다. 신바람 야구, LG도 상당히 좋아한다. 하지만 역시 한 팀을 꼽으라면 역시 롯데다. 롯데라는 이름에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내가 롯데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 어릴 적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공필성의 다이빙캐치를 기억하는 이유는, 온 가족과 삼촌, 다른 친척들이 모여 그 무렵 우리집에 처음 장만했던 텔레비젼으로 함께 그 경기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필성이 멋지게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하는 순간, 과묵하기만 하던 어른들의 그 짧은 환호는 시간이 지나도 쉬 잊혀지지 않는다. 어린 '신인'이었던 염종석에게서 어린 '유치원생'이었던 나는 이유없는 동질감을 느꼈었고, 그래서 부상과 슬럼프로 부진할 때 안쓰러워했었다.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가끔 찾았던 사직야구장, 그 시절 우리집은 유치원생이던 내 걸음으로도 사직야구장까지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했다. 6회였나 7회였나, 그 때 부터는 무료로 사직야구장 안에 들어가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기에 퇴근하신 아빠를 졸라서 야구를 보러 가기도 했었다. 저녁에 집에서 놀 때도 창문 밖으로는 사직야구장의 환한 불빛이 보였고, "와~" 하는 함성이 터지면 '누군가가 홈런 쳤나보다...' 라며 환호하고 있는 롯데 선수들과 팬들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파울로 관중석으로 넘어온 공을 잡은 사람에게 주위에서 '아 주라 아 주라 (애 줘라 애 줘라)' 하는 말도 내 귀로 직접 들었다. '부산갈매기'를 배운 것도 노래방이 아닌 사직야구장에서였고, 파도타기 응원도 사직야구장에서 배웠다.
주형광의 환상적인 제구력을 기억하며, 윤학길 김응국 김민호를 기억한다. 마해영이 트레이드 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꼈다. 나는 아직도 박정태의 타격폼을 흉내낼 수 있다.
롯데는 한동안 부진했다. 저번에는 '너희가 응원해라 우리가 야구할께' 라는 롯데팬의 외침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우리집은 이사를 했고, 나의 야구에 대한 관심 역시 줄어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터 농구를 했고, 내 관심은 농구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롯데는 영원히 나의 팀이었다. 아마 모든 롯데 팬들이 그럴 것이다. '너희가 응원해라 우리가 야구할께'라는 문구에서조차, 나는 롯데팬들의 믿음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팀이 하위권을 맴돌아도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서 롯데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나는 롯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롯데 팬이 우리나라 최고라고 생각한다.
어제7월 16일, 전체 8개 구단 중 리그 7위 롯데가 1위 삼성에게 14:0 으로 이겼다.
그리고 네이버에는 이런 기사가 떴다. 그냥 한번 눌러본 동영상, 그 안에는 롯데가 있었다. 롯데 팬이 있었다. 내가, 내 추억이 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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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팬이 있어서 롯데 선수들은 야구할 맛이 나는 것 같다. 역시 리그 7위 임에도 불구하고 전 구단 통틀어 홈 승률이 가장 높다.
지금은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사직야구장을 찾기는 힘들다. 바쁘다는 핑계로 야구장을 찾은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잠실 야구장에서 롯데의 경기가 있다면, 꼭 한번 찾아봐야지, 하는 다짐을 해본다. 잠실에서 울려퍼지는 부산 갈매기를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다.
Posted by ipur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