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수요일, 잠실 학생실내체육관에서 있었던 서울 SK와 창원 LG 간의 프로농구 경기.
비록 '나들이'카테고리에 쓰는 글이고, 경기 역시 재미있었지만.. 그에 관한 글이 아니라...
잠깐, 감상에 빠져보려 한다.




내가 속해있는 공학 5반에는 '컴스켓'이라는 작은 모임학회라고 부른다.이 있다. 컴퓨터+바스켓, 농구 동아리인 셈이다.

작년, 그러니까 05학번인 내가 신입생일 때, 그렇지 않아도 농구를 좋아하던 나는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농구 동아리를 찾아 봤지만, 도통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는 것이 목표도 아니었고, 일주일에 몇 번씩 모여서 연습을 해야 하는 것도 싫었다. 운동 삼아, 그리고 스트레스도 풀 겸 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농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마치 농구를 핑계로 한 친목도모를 위한 동아리와 같은 곳을 원했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농구 동아리는 모두 전국 랭킹이 몇 위라느니, 작년 총장배 농구대회에서 우승했다느니 하는 것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런 '빡쎈' 동아리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동아리'의 특성 상, 명확한 경계선이 있어야 하기에 그런 뿌연 목적을 가진 동아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나는 우리 반의 학회로 눈을 돌렸다. 학회는 기본적으로 '반'이라는 공동체 안의 멤버로만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다분히 친목도모의 성향을 지니면서도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컴스켓을 처음 접했다.



그런데 컴스켓, 뭔가 이상했다. 선배들은 까막득히 멀어 보이는 학번들, 93학번, 95학번, 그리고 막내라고 하시는 분이 99학번, 01학번이었다. 나는 05학번. 어려운 자리일 수 밖에 없었다. 좋아하는 농구도 하고, 친구도 사겨 보려던 내 작은 바램은 전혀 실현 불가능해 보였다. 어디선가 곧 첫 딸이 100일이라는 선배님의 말도 들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농구를 했다. 사실 길거리 농구라는 것이, 농구공 하나 들고 혼자 농구 코트로 나가서, '같이 한게임 하실래요?' 하는 문화(?)를 가진 것이긴 하지만, 신나게 한 게임을 뛰고 난 뒤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면 '딱 한 명이라도, 같이 할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년이 흐르고, 2학년이 되면서 난 작은 다짐을 하게 되었다.
컴스켓을 부활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새로 들어오는 06학번 후배들 중에도 분명 나처럼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테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친목도모의 성격을 가진 농구 동아리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다짐이었다. 작은 다짐. 새해 새학년 수많은 다짐 중의 하나.






그 작은 다짐으로 시작한 새로운 컴스켓.
꾸준히 나와주는 06 후배들이 고마웠고, 살아나고 있는 컴스켓을 보고 있으면 즐거웠다.
사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처음에 시작했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모아서, 어떻게 시간을 정하고 요일을 정해서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이 되어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컴스켓은, 그래, 바로 작년만 해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컴스켓은 공학 5반 최대의 학회 중 하나가 되어 있다.

공학 5반의 학회로 정식 인준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공학 5반 학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을 한가지 이상 한다.' 이다.
다른 요건은 다 충족시키는데, 단 그것 하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약한 것이 농구 경기 관람이었다.
나에게는 단순한 농구 관람 이상의 의미를 가진 행사였던 셈이다.


티켓

11월 22일, 꼴찌였던 서울 SK가 1위였던 창원 LG를 이기던 날, 컴스켓은 공학 5반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로 농구경기 관람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프로젝트가 밀려 있었고, 곧 시험이던 시기였는데, 그래서 제대로 준비하기도 너무 벅찼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가게 되었다. 꼭 농구보러 가자며 힘이 되어 주었던 컴스켓 06 후배들이 고마웠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이제 모든 요건을 충족시켰으니 말이다. 컴스켓, 완벽하게 부활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다음 해의 개강총회에서는 당당하게 컴스켓을 소개할 수 있으리라. 학회지원금이 있다면, 지원금 역시 요구할 수 있을테고, 이젠 06학번 후배들이 선배가 되어 07학번 후배들을 받을 것이다. 즐기기 위한 농구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지금의 분위기대로라면 농구 실력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젠 나도 물러날 때가 되었다.

작은 다짐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나름대로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니 살짝 감동스럽다.






2학년 2학기, 수많은 교외과외 활동들 때문에 전공에 소홀해져버려서 많이 속상했었다.
수많은 책임들 사이에서,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싫어 발버둥 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모두 소홀해지고 있는 것만 같아서 힘들기도 했었다.

저 티켓을 보니, 그래도 위안이 된다. 웃음짓게 된다.





2006/12/17 04:16 2006/12/17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