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어느 날 저녁, 노트를 한 권 샀다.
고를 때는 단지 그 색이 마음에 들어 집었는데 - 이 노트의 색은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테면 고급스러운 크림슨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인자해진 듯한 느낌이다. - 오늘 첫 페이지에 글을 쓰면서 또 하나 참 마음에 드는 점을 발견했다.
이 노트는 북북 잘도 찢어진다.
처음이란 어딘가 어설프기 마련이고, 시작이란 무언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되고 말았다. 글이랄 것도 없다. 한 문장을 적었을 뿐인데 갑자기 머릿 속이 하얘지고 도무지 어떻게 글을 이어나가야 할 지 막막해져 버렸다.
'어떡하지.'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찢자.'
북-
어라,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 찢어진다.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날카롭게 찢겨 나가는건 아니지만, 오히려 아픔을 간직한 듯 약간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애틋하기까지 하다.
이 노트에 채워질 많은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질 내 스물 셋의 흔적들.
언젠가 그 흔적들도 애틋한 추억이 되겠지?
흔적이란 그런거니까.

오호.
흔적이란 그런거니깐.
마음에 든다. 큭큭.
음음.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국가는 애국심으로 지키고
생활은 경제논리로 지키며
민주주의는 질서로 지키는 것이 아닐까
촛불이 횃불처럼 커졌는데
촛불을 켰을 때는 자기를 태우지만
횃불은 다른 사람을 흥분시키고 길을 밝히지
왜 촛불을 켜고 들었는가
지금은 4.19, 6.10만세 시절도 아니고
유신시대도 아니고, 5공도 아니고
민주화 시기도 아니다.
국제화, 세계화 시대이고
스스로에게는 참 자유의 시대이며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이것은 불의라기 보다는
합리적 경제적 선택을 필요로 하는 경제행위로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버리는 무지한 국민-나 아닌 다른 사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욱 성장시켜 합리적 선택으로 합리적 소비를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그정도로 수준이나 문화가 성장하지 않았을까?
특히 촛불을 든 사람들은.
이것은 애국심으로 촛불을 들 일이 아니다.
이제 자기 스스로를 찾는 길로 돌아가야 한다.
농촌에서 소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정부가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다면
이제 우리는 현명한 소비자로서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들의 외침이 불만족스럽다기 보다
아직도 경제와 애국심을 섞어서 촛불을 들어야 하는 현상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신에 대한 경제적 선택,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는 본래적 기능에 충실하는 것이 더 촛불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현명한 소비자로써의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저들이 이렇게까지 시위를 하고, 불법인걸 알면서도 거리 행진을 하고, 피까지 흘리고 있는게 아닐까요?
내가 마트에서 수입산 소고기를 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딸 초등학교 급식으로 나오고, 내 아들 군대 짬밥으로 나올게 눈에 보이니까요.
왜냐하면, 싸거든요. 자본주의 사회는 '싸다'라는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나요. 당장 지금만해도, 당장 저만해도, 삼겹살 1인분에 2000원, 1500원이라는게 올바른 고기에 올바른 유통구조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가격이라는걸 뻔히 알면서도 싸다는 이유만으로 먹고 있는걸요.
지금 시청에서,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있는 그들은 스스로 '애국심'이라 착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그 모든 행동들이 이기주의로 밖엔 보이지 않아요. 그들은 국민들의 건강을 염려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걱정할 뿐이에요. 라면 스프, 설렁탕, 곱창... 스스로가 아무리 현명한 소비자가 되더라도 광우병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모든 행동들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바로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바로 그들 스스로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거에요.
현명한 소비자이기 이전에, 저들은 민주주의 사회의 현명한 시민을 선택한 건지도 몰라요. 프랑스 혁명과 명예 혁명, 미국 독립선언과 마틴루터킹의 연설, 4.19와 5.18, 그리고 광주 민주화 운동... 민주주의는 질서보단 참여로 지켜지는 것이라고, 역사는 말하고 있지 않던가요.
생활을 경제논리로 지켜야 하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도덕'이란 것도 있고, '정의'라는 것도 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생활을 그 무엇으로 지키든 간에, 지금 저 곳에서 오늘도 촛불을 들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생활을 어느정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거에요. 그런 점에서 저들은, 그 믿음이 나와 같고 다르고를 떠나서, 작은 영웅이에요.
나도 얼마전에 흔적이라는 걸로 생각했던 적이있었는데,
신기하네.
나도 이제 8개월동안 써오던 일기장을 막 다 쓰고, 새 일기장사야될때가 됐다. 어떤걸로 살까.
허 뭔가 감상적이다 너도. 글이.
아...갑자기 일기장을 사고 싶어졌어요. 여태 적을 곳이 없어서 그냥 보이는 노트 아무데나 썼었거든요.
질러요질러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