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를 마치고, 후배 녀석이랑 술을 한잔 했다.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는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난 지금 점 하나만 보여. 빅뱅 이전의 상태있잖아. 무라고 부르는 그 상태. 거기서, 딱 하나의 점만 있는 것 같아. 주위의 것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단지 그 작은 점 하나만 보여."

점 하나만 보여.
지금 난.




2008/09/21 02:52 2008/09/21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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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스턴 현지시간 1월 29일, 라이코스 CTO인 Don Kosak씨에게 한시간 가량 간단하게 Technical Trend in U.S.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받았다. 여러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서 차례로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포스팅으로써, '정보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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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Don Kosak. 왼쪽은 ipuris. 운 좋게 주사위 추첨에 당첨되어 선물로 Robot에 관련된 책을 받고 있는 모습.



Don Kosak, 그가 프리젠테이션 도중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나왔는지는 가물가물하다. MIT 대학과 가까워서 많은 연구개발을 하곤 한다는 이야기 도중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

그가 내놓은 것은 장난감처럼 생긴 어린이용 노트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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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장난감같다. 하지만 될 건 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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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모습. 귀처럼 보이는 양 쪽의 커넥터 덮개가 안테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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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도 내장되어 있다. 화면에 보이는 모습은 현철님 :)



노트북의 커넥터 덮개 부분이 안테나 기능을 하고, 플래쉬메모리로 된 하드디스크를 써서 전력을 조금 밖에 사용하지 않고, 2km 이내의 다른 노트북들과 네트워크를 이뤄 인터넷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있으면 그 리소스를 이용해 다른 노트북들도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가격도 $180(약 18만원) 밖에 안 한단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부분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언급했던 정보격차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정보화시대, 이미 지금 이 시점에서도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고 있다. 말 그대로 IT, Information Technology 시대이다. 하지만 IT가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그 IT가 세상을 변화시킬수록 정보격차는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IT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있지 않은 환경(그것이 국가이든, 지역이든, 계층이든)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은 정보격차가 대를 이어 심화 누적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불보듯 뻔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이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초저가의 어린이용 노트북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 줄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노트북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노트북에는 간단한 워드 프로세서나 웹 브라우저 이외에도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선Python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제대로된 학교도 찾기 힘든 아프리카의 오지나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중동 산유국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이 노트북은 공급될 수 있고, 그것이 정보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결국 더 많은 상품을 팔기 위해 자본주의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신자유주의적인 침략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는 Don Kosak의 눈동자에서 느낀 것은 도덕적 당위에 기초한 꿈이며, 이상이었다.

어떻게 돈을 더 벌어볼까 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참 많이 있다. 어떻게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긴 하다. 모든 의지를 그러한 시각으로만 이해하는 사람 역시 많다. 그 사람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개인의 행복은 분명 그 무엇보다 우선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떻게 모두가 함께 잘 살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역시 참 많다고 믿는다.



Don Kosak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난 것이 있다.
방학을 하기 직전, 학교에 진대제 전 장관이 와서 초청 강연을 했을 때 그의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보았던 영상인데, 2006년 6월 그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IT839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던 모습을 담은 YTN의 돌발영상이었다.

이제는 유비쿼터스Ubiquitous가 지겨울 정도로 흔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2004년 당시에는 전혀 와닿지 않는 생소한 단어였다.

지루하신 분은 1분 22초부터 보시기를!


사담이지만, IT 관련 전문지식이 거의 없고, 유비쿼터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사람이 단지 간단한 설명만을 듣고 '언제, 어디서나'에 덧붙여서 '누구나'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격차'라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정보 격차이든  되었든 빈부 격차이든, 혹은 또다른 어떤 격차가 되었든.



'누구나'.

과연 가능할까,
실현될 수 없는 유토피아라 할 지라도,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모두 함께'를 꿈꾸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아직 이 세상의 미래는 희망적이니까.






2008/01/31 03:53 2008/01/31 03:53

글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려버렸다. 사실 여기서 '오늘'은 직전에 꿈에 대한 포스팅을 했던 그 이튿날, 그러니까 2008년 1월 7일이다.



오늘도 꿈을 꿨다.

고등학교 때 '타키온'이라는 물리부 활동을 했었는데, 그 후배 녀석들을 보러 간 꿈이었다. 내가 몇 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내 밑으로 다섯 기, 올해엔 여섯 기 째가 들어오겠다.

신입생 환영회였거나, 아니면 축제 끝나고 뒤풀이 자리였던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후배들을 보니 괜히 반갑고 좋기는 한데, 무언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마냥 날 부담스러워 한다는 느낌이랄까.

고등학교는 1년 선배도 무서운 법이긴 하지만, 다행히도 물리부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선후배가 너무 격없이 친해서 다른 부서에서 이상하게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날 아는 사람들은 이해하겠지.
하지만 대여섯기 위의 선배 앞에선 어쩔 수 없는지, 후배들은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나는 앞에 나가서 그래도 대 선배님이랍시고 무언가 한마디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는거다.
나이 얼마나 먹었다고 인생 어떻게 살아라 이런 말을 하는 건 우습고, 근엄하게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히히 웃으면서 반갑습니다 하고 내려오려니 후배들의 기대어린 눈초리가 뭔가 부담스러웠다.

꿈이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서부터 시작된 덕분에, 결국 아무런 대책없이 후배들 앞에 서게 되었다.

평소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나름 잘 대처하는 편인데, 나도 제법 긴장을 했었나보다.
말을 하려는 순간 사레에 걸려버린 것이다. 켈록거리면서 화장실로 뛰어왔는데, 겨우 진정을 하고 보니 또 꼴이 웃기다.

겨우 다시 후배들 앞에 가서는 허둥지둥 두서없이 말을 하고는 내려왔다.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보통 꿈은 잠에서 깨면 잊혀진다.
이 꿈이 그렇게 생생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 꿈은 바로 잊혀지지 않았을까?
나는 살며시 미소짓는다.







2008/01/08 19:10 2008/01/08 19:10

꿈을 꿨다.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오던 꿈이었다.



물리시험이었다.
이상한 것은, 시험인데도 시험을 치는 학생들은 자유로이 움직이거나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감독 선생님이 계셨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시험이었다.

문제는 매우 쉬웠다.
답이 뻔하게 보이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한 학생은 억울할만한 정도의 시험이었다.

참 쉬운 문제였는데, 그게 꼭 쉽지만은 않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시험 문제는 이전에 했던 실험의 결과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이론치와 같은 정확한 값이 나오기는 힘든 실험이었나보다. 어떤 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은 뻔하게 알고 있는데, 실험을 해 보면 그 값이 잘 나오지 않는 실험 말이다. 그 실험에서, 대부분의 학생이 나와야 하는 값을 얻지 못했다.

시험에서는 그 때 어떤 값이 나왔는지 묻고 있었다.

고민했다.
잘못된 결과가 나왔던 것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나는 정확한 답이 무엇인지를 뻔하게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들은 벌써 뻔한 답을 적어놓고는 떠들고 놀고 있었다.

나는 전교 1등을 하는 친구의 교실로 갔다. (시험 중이었는데 어떻게 그 반으로 갈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뜬 갔다.) 그 친구는 그 곳에 없었다. 도서관에 가니 그 곳에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생물공부를 하고 있었다. 누구나 다 아는 정답을 적은 물리 시험지를 옆에 둔 채로. 하지만 옆에는 잘못된 결과가 나왔던 것을 기록한 실험 노트가 놓여 있었다.
아마 다음 시험이 생물이었나보다.

그 친구에게 말했다.
"실험할 때 그 수치 안나왔잖아, 솔직하게 적어야되잖아."
하지만 그 전교 1등을 하던 친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한 동안, 서로 그렇게 있었다.

난 뒤돌아 나왔다.
"옳다고 믿는 걸 지켜나가는게 얼마나 힘든데.."
라고 중얼거리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사실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을 하던 그 친구는 정말 착하고 성실하고 정직하던 친구였다. 저런 꿈과 같은 상황이 와도, 틀린 답인줄 알면서도 솔직하게 썼을 법한 친구였다.
그 친구가 저런 모습으로 꿈에 나온건 아마 '전교 1등'처럼, 명예나 권력, 지위 같은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나온 듯 하다.

왜 이런 꿈을 꿨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눈물이 맺혀 뒤돌아 나오며 먹먹해졌던 내 가슴은 꿈에서 깬 나를 착잡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착한 척을 하는 날 보면, 아직 어리구나 싶다.
그러면서도 조금 더 착한 척 하며 살고싶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2008/01/06 12:54 2008/01/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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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과학에 미래가 있을까요?
제가 컴퓨터 과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을 가는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컴퓨터로는 아무도 행복하게 할 수 없어요.

수시 면접 때, 교수님이 이걸 묻더라구요.
"컴퓨터로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때 전 이렇게 대답했어요.
"불가능해요."

노벨상은 인류의 평화와 행복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죠.
단지 컴퓨터가 좋아 왔던 이 곳, 그 질문이 아마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정말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길인지 생각하게 된건요.
물론 면접 때는 이렇게 말했죠. 단지 컴퓨터 만으로는 힘들꺼라고.
하지만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병원균을 잡아내는 초소형 로봇을 만들게 되면, 그 안에 임베디드되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나 그걸 관리하는 프로그램 등은 컴퓨터과학을 공부한 사람의 몫일테고, 그런 방법으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꺼라고.
하지만 결국 전 그렇게 대답한거나 다름없어요. "불가능해요."

대학교 새내기 때, 누군가가 저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전 이렇게 대답했죠.
"컴퓨터로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 길을 못찾았어요.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요.
컴퓨터과학, 개발자는 3D 업종이라는 말을 들어도 취직은 잘 되요. 벤쳐를 하기도 컴퓨터과학만큼 쉬운게 없는 것도 같아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도 되겠지만요. 먹고 살 길을 '미래'라고 한다면, 그래요 컴퓨터 과학에도 미래는 있겠죠.
하지만, 그건 내 꿈과는 먼 이야기에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희망을 가지기도 했어요.
웹2.0이 지향하는 가치들은 분명 좀 더 나은 세상을 그리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인터넷 역시 해답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IT 전시회를 보러 다녀도, 유명 인사의 강연을 들어도, 어디에도 없어요.
사람들은 저와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에요.

차라리 문학을 전공했으면 어땠을까, 음악이나 미술을, 아니면 철학을.
진실된 글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요. 음악은 사람에게 감동을 줘요. 미술가는 자신의 이상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어요. 철학은 그 모든걸 사유하죠.
하지만 컴퓨터 과학은 그 어느것도 할 수 없어요. 윈도우 비스타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줄 몰라요.

OS시간에 가상 메모리 쪽을 공부할 때 였나요,
Best Fit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아서, 필요한 것만 메모리에 위치시키는 것이지만, 그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나오는 것들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것, 혹은 가장 적게 사용되었던 것을 메모리에 올리는 메커니즘, 알고리즘 들이었죠. 그리고 그 역시 Case by Case,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알고리즘은 바뀔 수 있죠.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뒤돌아 보는 것이다."
하긴,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것조차 느낄 수 없었다면, 아마 난 벌써 다른 곳을 향해 걷고 있었을거에요.

컴퓨터 과학은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나요?
정말인가요?


2007/07/19 23:26 2007/07/19 23:26
스물둘의 독백
쓰레기통 _ 2007/07/19 16:08

어릴 적, 나는 위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 빛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제 곧 신성하다고들 하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군대가 될지 병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그 기간이 지난 후에 난 이제 정말 사회와 부딪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꿈만 꾸던 어린 날이 끝나고,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때가 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꿈을 향해 나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제 꿈은 공무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삼성 LG의 직원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변리사와 제 꿈 사이에선 아무런 공통점도 찾을 수 없습니다.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그 세상은 '나'도, '내 주위 사람들'도, '우리나라'도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모든 세계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주위 사람들조차 제가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당장 제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줄도 모릅니다.

어떻게 해야될까요.
그래요. 저 역시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이겠지요.
하지만 꿈을 놓고싶지 않습니다.
빵보다는 꿈을 먹고 살고싶은, 아직은 스물둘입니다.




2007/07/19 16:08 2007/07/19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