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천상병 시인의 부인께서 운영하고 계신 찻집이다. 인사동에 귀천이 두 개가 있다는데, 다행히 내가 찾은 곳에 부인께서도 계셨다. 큰 골목에 떡하니 있는 찻집이 아니라서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그곳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준다.
아담한 크기의 찻집, 벽은 온통 천상병 시인의 기록들로 가득하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차들이 많다. 유자차가 보여서 그걸로 시켰다. 할머니댁과 외할머니댁 모두 유자가 특산품인 곳이라 어릴 적부터 많이 먹었었는데, 대학 다니느라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는 먹을 기회가 없었다.

천상병 시인의 흔적이 가득하다.
요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스타벅스 같은 카페와는 달리, 무언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라 왠지 목소리도 작아졌다.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면 생전에 천상병 시인이 찍었던 사진들도 보인다.

이외수 씨도 보인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천상병 시인 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분이 눈치를 채셨는지 '대학생들이야? 사진 같이 찍어달라고 그래~ 언니 여기 좀 와봐요.' 라신다.

아름다우시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중학교 때 처음 '귀천'이라는 시를 접했을 때의 추억도 떠오른다.
방명록이 있는데 글이 가득 차있어서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왠지 멋진 글을 남겨야 할 것만 같은데, 괜히 천상병 시인이 앞에 있는 것 같아 내 글이 작게만 느껴진다.

삐뚤삐뚤, 참 못썼다.
따뜻했던, 기분 좋았던 하루.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Posted by ipur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