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려버렸다. 사실 여기서 '오늘'은 직전에 꿈에 대한 포스팅을 했던 그 이튿날, 그러니까 2008년 1월 7일이다.



오늘도 꿈을 꿨다.

고등학교 때 '타키온'이라는 물리부 활동을 했었는데, 그 후배 녀석들을 보러 간 꿈이었다. 내가 몇 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내 밑으로 다섯 기, 올해엔 여섯 기 째가 들어오겠다.

신입생 환영회였거나, 아니면 축제 끝나고 뒤풀이 자리였던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후배들을 보니 괜히 반갑고 좋기는 한데, 무언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마냥 날 부담스러워 한다는 느낌이랄까.

고등학교는 1년 선배도 무서운 법이긴 하지만, 다행히도 물리부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선후배가 너무 격없이 친해서 다른 부서에서 이상하게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날 아는 사람들은 이해하겠지.
하지만 대여섯기 위의 선배 앞에선 어쩔 수 없는지, 후배들은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나는 앞에 나가서 그래도 대 선배님이랍시고 무언가 한마디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는거다.
나이 얼마나 먹었다고 인생 어떻게 살아라 이런 말을 하는 건 우습고, 근엄하게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히히 웃으면서 반갑습니다 하고 내려오려니 후배들의 기대어린 눈초리가 뭔가 부담스러웠다.

꿈이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서부터 시작된 덕분에, 결국 아무런 대책없이 후배들 앞에 서게 되었다.

평소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나름 잘 대처하는 편인데, 나도 제법 긴장을 했었나보다.
말을 하려는 순간 사레에 걸려버린 것이다. 켈록거리면서 화장실로 뛰어왔는데, 겨우 진정을 하고 보니 또 꼴이 웃기다.

겨우 다시 후배들 앞에 가서는 허둥지둥 두서없이 말을 하고는 내려왔다.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보통 꿈은 잠에서 깨면 잊혀진다.
이 꿈이 그렇게 생생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 꿈은 바로 잊혀지지 않았을까?
나는 살며시 미소짓는다.







2008/01/08 19:10 2008/01/08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