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서울이 중요한가요?"

출근하는 길에 신촌에 잠시 들렀다. 참고: 마음의소리 167화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우리 반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과방에 갔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없길래 농구공을 들고는 혼자 농구장으로 나왔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날은 마침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논술고사가 있던 날이라 모든 계절학기 수업이 휴강이었단다.

30분 쯤 혼자서 농구공을 가지고 놀았을 때였다. 누군가가 내 쪽으로 오더니 혹시 같이 농구공 좀 튀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난 흔쾌히 같이 하자고 했고, 5점 내기 1 on 1을 끝내고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학번이 어떻게 되세요?"
"아 이 학교 학생은 아니구요, 오늘 친구가 이 학교 면접보러 오는데 같이 왔어요."
"아 그럼 이번에 수능 보신거에요?"
"네. 친구들은 지금 논술시험 보고 있고, 저는 혼자서 계속 심심해하다가 농구하는 모습이 보이길래 와봤어요."

한동안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농구를 하다가, 그 분이 대뜸 물었다.

"형,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요?"
"네, 물어보세요."
"제가 인문계열인데, 이번에 수능에서 언어영역을 완전 망했어요. 그래도 막 사람들이 대학은 in 서울이어야된다 그러고 또 학생 입장에서도 가고싶고 뭐 그렇잖아요."
"네 그렇죠."
"그런데 저처럼 수능을 좀 못봐서 in 서울을 못하거나, 아니면 하더라도 서울에서 좀 이름없는 대학을 가면 사회에서 차별이나 그런게 그렇게 큰가요?"
"아, 흠..."
"학교가 아니라 과를 보고 가야되는거죠?"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할 수가 없었다.

아직은 전공보다 대학 이름이 중요한게 사실이다. 아직은 'in 서울'이 지방 대학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 또한 어느 정도 학벌 사회의 수혜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 역시도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록 학벌 사회의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세상에 쌓이고 쌓인게 나보다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당장 대학에 입시원서를 넣고, 논술을 보고, 면접을 보아야 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서 차마 뻔뻔하게 '네, 대학이 중요한게 아니라 전공이 중요하고 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한거죠.' '학교 이름을 보고 가는게 아니라, 전공을 보고 대학을 가야죠.' 라고 말할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감히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네임밸류보다 전공이 중요하다고 호언할 수 있겠는가.
 
"저도 아직 사회란 걸 잘 몰라서 답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런건 있어요. 이 대학을 다니는 사람 중에 '나는 이 대학의 학생이니까 다른 곳에서 더 알아줄거야' 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한 시간쯤 흘렀을까, 논술을 치르고 두 친구가 나왔다.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점심 약속이 있던 터라 곧 헤어지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 학생 분은 알아차렸을까?
씁쓸하다.


Posted by ipuris

2008/01/15 14:50 2008/01/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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